내 남자에 대해

남편은 요즘 나에게 요구 사항이 많다.

김 정아 2004. 11. 25. 03:35

11 20일 토요일

 

남편은 요즘 나에게 요구 사항이 많다.

첫째로 추수 감사절 연휴에 산타페 및 알바커키로의 여행이다.

그곳은 작년 추수 감사절 연휴에 다녀 왔던 곳이다.

휴스턴에서 얼마 간의 휴식 시간을 포함해  20시간 가까이를 달려야 갈 수 있는 먼 길이다.

작년엔 중공업 직원 가족과 번갈아 운전교대를 하며 힘들게 갔었다.

힘든 만큼 너무나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곳이고, 또한 남에게 가장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계절에 , 우리 가족만 다시 가기는 아무래도 너무 무리이기도 해서 난 추수 감사절 연휴에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고, 당신이 정 가고 싶다면 혼자 가는 것은 말리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남편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 이유를 난 알고 있고, 나 또한 그리 멀지 않은 길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가 알바커키로 이사를 갔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남편은 그렇게도 고집을 했던 것이다.

 

둘째로 생일 상을 차려 달라는 것이다.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들이 많지만 특히 같은 구역의 여섯 가족 정도는 같은 친목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그 가족들을 초대해 식사를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다.

처음에 내가 그 가족들을 초대하자고 의견을 내었을 때 남편은 어른 생일이 뭐 대단한 거냐며 거절했었다.

난 마음이 가벼워져 우리끼리 케익에 초 꽂고 미역국이나 끓여 간단히 하려고 했는데 어제 갑자기 그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다.

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마음 준비도 하나도 안 되었는데 이제 와서 사람들을 초대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음식 안 하겠다고 버티었다.

그러다가 알바커키를 포기하면 사람들을 초대하겠다고 협상에 들어갔다.

남편은 어쩔 수 없이 O.K를 했다.

그래서 오늘 남편의 생일을 거창하게 하게 되었다.

힘은 들었지만 오랜만에 남편은 즐거워진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알바커키를 못 가게 해서 남편에게 미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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