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당신네 나라는 개고기를 먹나요?

김 정아 2004. 11. 4. 08:16

11월 3일 화요일

 

우리 선생님Tracy는 세 살 반과 한 살 반이 된 두 딸이 있다.

 

아이들이 어린 관계로 트레이시는 수업에도 가끔 늦고, 옆 교실에 자주 들락거린다.

 

옆 교실은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이 많아 아이들을 봐 주는 보모들이 상주해 있다.

 

수업도 무료로 해 주면서 아이까지 무료로 맡아 주는 걸 보면 참 좋은 나라이긴 하다.

 

어쨌든 트레이시는 가끔 수업에도 못 나오고, 대타로 중남미 니카라과 출신인 반드라가 나올 때도 있다.

 

작년의 숑보다 편한 건 두 사람 모두 미국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레이시는 캐나다 사람이고 이곳에 산 지 10년쯤 되었고 , 그녀의 남편은 이탈리아 사람이다.

 

같은 외국인인 처지라 우리를 잘 이해해 주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또한 반드라가 트레시와 또 차이가 있는 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를 못해도 하나도 주눅들지도 않고,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반드라가 대신 나왔는데 음식이야기를 하다가 snake monkey dog insects를 먹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다 가 버리고 나만 남았는데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느냐고 물어보면 도대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한 단 말인가?.

 

내 안 되는 영어로 어떻게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문화가 있다는 이야기와, 애완용 개와, 식용의 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개 고기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원죄를 지은 사람처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테이블마다 뭐라고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하다 우리 테이블로 넘어왔는데 내 옆의 베트남 헝이 자기 나라는 뱀과 개 고기를 먹는다고 말을 했다.

 

뭔가 소란스러운 반응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저 쪽의 베네주엘라인지, 콜럼비아인지 어떤 아줌마가 자기 나라는 암에 걸렸을 때 뱀을 먹는다고 대답을 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게 난 더 이상했다.

 

다행히도 개고기를 먹는 것에 아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았다.

 

만약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미국인이거나 유럽인이라든지, 아니면 선생님이 미국 사람이었다면 무식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눈길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면서 난 또 안 되는 내 영어에 길고 긴 한숨을 내 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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