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님, 성모님

성당 바자회에서1.

김 정아 2004. 10. 20. 00:42

10월 15일 금요일

일년 중 성당의 가장 큰 행사는 바자회이다.

각 구역별로 음식을 만들어가며 회원들끼리의 친목을

다지기도하고, 전 한인 사회의 결속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바자회의 우리 구역 음식은 김치이다.

일을 못 하기도 하지만 너무 무서워하는 나는 며칠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구역장도 아니고,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 데로 하면 되는 것인데도 영 마음이 홀가분해지지 않았다.

금요일 작은아이 재즈 댄스가 끝나고 바로 7시쯤 성당에 도착했다.

배추 15박스, 무우 7박스 ,엄청난 파와 양파를 보고 기절하기 일보직전 이었다. 난 썰어 놓은 배추에 간을 죽이는 일을 했고 밤 10시 넘어 배추에 간하는 일과 여러 양념들을 씻어 놓는 일이 대충 끝났다 . 토요일 아침 일찍 다시 만나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10월 16일 토요일

토요일 아침 9시 30분에 자는 아이들을 깨워 다시 성당으로 나가 배추를 씻고 무를 씻고 파 써는 일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포기 배추에 양념을 입히고, 무에 양념을 하고 깍두기를 버무려 통에 넣는 일까지 완벽하게 마친 시간이 오후 5시 30분이었다.

배추 김치가 큰 병 110병에 총각김치가 100병, 깍두기가 50병 가까이 되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 진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해 냈다  마음에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10월 17일 일요일

드디어 바자회 날, 우리 구역은 김치를 파는 일만 남아  다른 구역 보다 훨씬 한가하고 여유롭게 즐길 일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젊다는(구역장님을 포함해 중추적인 멤버가 40대 후반이다) 이유로 김치 팔아 생기는 돈과 냉커피 팔아서 생기는 돈을 계산하는 회계까지 맡아 자리를 뜰 수가 없었고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정성 들여 만든 김치가 맛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 많던 김치가 20병 정도 남고 모두 팔려 나가 우리 구역 사람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성당에서 마련해준 저녁을 먹고 귀가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내 몸이 좀 힘들더라도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내 몫을 해 냈다는 자부심이 컸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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