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5일 목요일
조선왕조실록이라면 여러 곳에서 숨어있는 야사를 소재로 많이 출판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의 제목은 ‘엽기’라는 말이 붙었다.
어렵지 않은 내용일 것 같아 펼쳐 들었으나 너무나도 가벼운 문체와 경박한 언어들도 채워져 있었다.
몇 문장만 예를 들어 보아야겠다.
“잘 들어라, 국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뭐, 조만간 임시공휴일이 생긴다. 이런 거 아닌가요?”
“내시 생활 하루 이틀 해? 태권브이도 이만큼 생활했으면 합체를 자동으로 하겠다”
“원래 간택이라는 게 거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이라고 심사위원들에게 정보를 주어야 한단 말이야. 중전마마께서 못 보는 것들을 크로스체크해서 보고 드려”
대한민국의 고루하고 진부한 40대인 내가 읽기엔 너무나 당혹스럽고, 읽은 내용들은 뒤돌아 잊어버린다 해도 아쉬울 것 없는 그야말로 심심풀이 땅콩도 안 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10대들은 배꼽을 잡고 굴렀을지도 모르는 재미있는 책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영 적응이 안 된다.
그 중에 딱 하나 건진 내용이 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집권을 했으나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사실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그 마음을 알아차린 대신 하나가 말 한다
“李씨는 음양오행으로 따지면 木입니다.
나무는 흙을 이기고, 흙은 물을 이기고, 물은 불을, 불은 쇠를, 쇠는 나무를 이깁니다. 나무의 성질을 가진 李씨가 쇠의 성질을 가진 金씨에게 집니다.”
“ 그러면 금씨 성을 가진 놈들을 다 잡아 들여라”
“우리나라에 금씨 성이 가장 많습니다. 그들을 다 잡아들일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금을 김이라고 발음하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신라시대부터 금씨였던 이들이 조선시대에 김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다 읽고 있는 자체가 시간 낭비인 것 같아 대충대충 훑고 지나갔다.
아무리 야사라 해도 지나치게 경박한 문체가 진지하지도 않고 정말 내 맘에 안 든다.
지은이의 전공이 경영학이라고 하던데 그 방면으로나 더 나갈 것이지 왠 역사에 눈길을 돌렸을까 싶은 생각이다.
내가 너무나 야박한 점수를 준 책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개인적인 나의 감정이고 다른 사람들은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난 후의 평가는 각자가 느껴야 하는 주관적인 생각이니 내가 이런 평가를 내렸다고 혹시라도 산 책을 덮는 우를 범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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