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0일
월요일
친구들끼리
계를 하나 만들었다.
한
달에 정해진 액수의 돈을 내어 목돈을 타서 평소에 사고 싶었지만,
선뜻 살수 없는 값비싼 물건을 하나씩 장만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난 이 계라는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내가 아니면 인원수가 모자라서 안 된다며 억지로 온갖 강요와 협박 아래
(농담이 좀 심했나?)들게
되었다.
내가
갖고 싶어하는 아주 값비싼 물건을 내 몫으로 샀다고 해도,
남편이 그것으로 나에게 일언반구라도 싫은 소리 한 마디 할 사람도 아니고, 어떤
이유로든 비자금을 만들 필요가 전혀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큰 돈을 내가 타게 되었다고 해도 난 사고 싶은 물건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나 자신이 싫을 때가 있다.
아무
의욕이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갖고 싶은 옷도,
핸드백도 , 악세사리도, 구두도, 그릇에도 관심이 많았고 사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그런 것들에 의욕이 없어 지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땐 계절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옷가지나 구두를 장만해야 했었다.
정말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재미없는 한문 과목에,
한문 선생님 마저 항상 똑 같은 옷을 입고 수업에 임한다면 학생들에게 얼마나 지루할 까 싶은 생각에
되도록이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반 수업에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 쓰며 살았다.
어느
학교에서는 내 별명이 세일러 문이었다.
취향이
소녀 티를 벗어나지 못해 리본이 있고,
프릴이 있고, 레이스가 있는 옷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별명을 얻었고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보다 오늘 한문 선생님이 무슨 옷을 입고 올 까가 더
관심이었다.
세련된
옷차림이어서가 아니라 자기들 취향에 맞게 입어주니 그랬던 것 같다.
이래저래
옷을 구입해야 했고
,쇼핑을 다니는 일들도 즐거웠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는 내가 盛裝(성장)을 하고 나가야 할 곳이 없다.
단지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나 갈 때 외에는 티셔츠에 바지 하나면 족했으니 더 이상 필요한 물건도 없게 되었다.
쇼핑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고 뭔가 갖고 싶은 것이 없어지고 사고 싶은 것이 없어질 때,
내 생활이 활력이 없고 생기도 없고 사기가 저하 되는 반증이기 때문에 나의 그런 생체 리듬을 아주
경계한다.
그런데
요즘 그런 저하된 생체 리듬의 기간이 길어 지기도 하지만 자주 오기도 한다.
내가 계를 타는 맨 마지막 순번인데 그 때까지는 내게도 좀 갖고 싶은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처음으로 계를 타는 친구는 평소에 갖고 싶어했던 명품 핸드백 하나를 사들고 아주 좋아했다.
친구들 덕분에 휴스턴의 명품관에 가 쇼핑도 하고 점심도 함께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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