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토요일
아이들은 나비들을 잡는다며 운동장 같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 집 잔디는 멕시칸 세 명이 와서 5-6분이면 깨끗하게 끝내고 20불이면 그만이다.
그런데 과장님 댁
운동장 같은 앞 뒤 마당의 잔디를 깎는데 세 명이 세 시간 넘게 일하며 75불을 준다고 했다.
어제 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넓은지 어떤지 몰랐는데 아침에 돌아보니 앞마당의 대각선 길이가 150m도 넘을 것 같다.
앞마당은 축구장에, 뒷마당은 호텔 같은
커다란 수영장에, 테니스 코트 하나를 만들어도 공간이 남을 것 같다.
집도 시장님의 도움으로 원목 통나무집에 2층으로 되어있어 마치
휴양지에 와 있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훌륭한 집에, 넓은 정원에 살다가 한국 들어가면 어떻게 살까? 우리는
앞날을 걱정했다.
Robert라는 유명한 설계자가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골프코스는 몽고메리의 유명한 관광상품이라고 해서
둘러보았다.
내 눈에는 뭐 그리 좋은 것 같지도 않은데 남편은 황홀하게 바라보며 여행 내내 애지중지하며 식사시간마다 휘둘러 온
골프채로 열심히 연습 공을 친다.
과장님의 안내로 유명한 호두 공장을 둘러보고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일정을 정리하고 오후 4시
30분 휴스턴을 향해 떠났다.
밤에 컵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끝없이 운전해 일요일 새벽 2시 40분 10시간의 운전 끝에 휴스턴에
있는 내 집에 도착했다.
내가 지향하는 휴가는 한적하고 조용한 휴양지에서 몸과 마음의 피곤을 털어 내고 푹 쉬다 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혼한 이후 한 번도 그런 휴가를 보내 본 적이 없다.
남편은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그런 휴가에 지치고 지쳐 어느 해인가 남편의 휴가에 맞추어 교묘하게 학교 근무를 짜
놓아버렸다.
결국 남편은 그 때 4살이던 작은아이와 여덟 살이던 큰아이를 데리고 셋이서 다녀왔다.
난 이번 휴가도 지레
짜증이 나서 여행 전부터 히스테리를 부리다 마지못해 차에 올랐다.
그러고 나서도 몇 번이나 더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나 그런 남편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미국 생활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이긴 하지만 우리가 이번 휴가 기간 중 경유하거나 여행한 주가 자그마치 17개 주에 달한다.
마일 수로 4,100마일, 환산해서
6,830킬로 정도이다.
버지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일리노이주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던 나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산 경험과 큰
교육이 되었고, 이제 어느 정도 주와 주도를 꿰어 맞출 수도 있게 되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너무나 귀한 선물이 되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내년 휴가는 중부 내륙으로 가볼까? 미리 상상하며 길고 긴 여행의 끝자락에서 미소를 지어본다.
그리고
비록 속도위반으로 딱지 하나를 떼었지만 커다란 사고 없이 집에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신 나의 신에게도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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