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하기

미국에서 온천욕을 한다고?

김 정아 2003. 9. 8. 11:05

8월 30일 토요일.

어제밤 7시 10분 비행기로 로스 엔젤레스에 왔다.

남편은 수요일 로스 엔젤레스 출장 길에 올랐고 일이 끝나는 금요일 밤에 우리와 합류해 캘리포니아 사막 여행을 하기로 했다.

유리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오늘 아침 big bear 호수를 거쳐 palm springs에 가기로 했다.

LA도심을 벗어나자 사막이 양쪽에 끝없이 펼쳐지고 멀리서 보이는 산들도 민둥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까이 가면 아주 작은 풀들이 더위에 말라 비틀어져 마치 흙색처럼 보인다.

그 삭막한 사막 한 가운데서도 군데군데 인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어떤 물을 마시고 무엇을 해서 생업을 이어가는지 궁금했다.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big bear호수에 도착했다.

커다란 호수를 돌아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들이 줄지어 서있고 물오리들이 호수 가를 떠다니고 보트를 타는 사람, 수영을 하는 사람, 그늘 아래 고기를 굽는 사람, 저마다 여유 있게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선선하고 상쾌한 바람은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로스 엔젤레스는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일년 내 비슷한 날씨가 이어지고 겨울에는 절대로 눈을 볼 수 없지만 한 시간 반 가량 떨어진 이곳은 스키장도 있어 겨울철 눈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한다.

호수 맞은 편으로 산줄기 줄기마다 스키장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른 세 가족과 합류하기 위해 palm springs를 향해 떠났다.

palm springs는 사막 한 가운데 온천이 나오는 지역으로 한국 사람 정서에 맞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도시는 온통 貴티나는 palm 나무들로 가득하고 그것만으로도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묻어 났다.

'팜스 온천'이라고 한글로 쓰인 호텔에 내리니 뜨거운 바람이 훅 끼치면서 한순간 후회가 되기도 했다.

휴스턴에서 비싼 비행길 타고 와서 휴스턴 보다 더 더운 이곳에서 이틀을 보내야 하는가? 더구나 다른 곳보다 두 배쯤 더 비싼 숙소에서 묵으며? 라는 마음의 후회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온천 호텔엔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이 한국인이었다.

쉴새 없이 한국말이 들려오고 스피커에서는 한국 가수들의 발라드 노래가 들려왔다.

시설이나 방 내부도 그리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호텔보다 마음은 편안했다.

더군다나 음식을 먹는 것에서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다.

지난 번 휴가 때 식사시간을 좀 절약하려고 방에서 즉석 자장을 비벼 먹었는데 우리 방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코를 잡고 가는 것을 보고 그 이 후부터는 먹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누구나 방안에서 갈비를 굽고 매운탕을 끓이고 김치를 내놓고 먹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난 여기가 온천인 줄도 모르고 왔기 때문에 남들 다 온천 욕장에 들어가도 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수영복을 준비해 왔더라도 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온천이라 해서 한국처럼 근사한 것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각형 모양으로 죽 방들이 늘어서 있고 그 한 중앙에 장난감 같이 작은 네 개의 풀장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물에 유황이나 기타 다른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휴스턴 물보다 더 센 것 같았다.

아이들만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았다.

 

*윗 글에 나오는 팜 스프링의 케이블 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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