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6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창밖엔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집 밖으로 보이는 산에도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고 별천지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선아의 남편이 근무하는 'University Of New Mexico'에 갔다.
의학부가 미국 내 상위권 안에 들며 사진 미술 부분이 3-4위를 다투는 유수한 대학이라고 한다.
선아 남편은 이 대학의 의학 통계학과 교수님으로 재직 중이다.
대학 건물들이 art center 나 박물관 같은 느낌을 주는, 산타페나 알바커키 특유의 느낌을 주는 대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학에서 오늘 부활절을 기념하는 'egg hunt'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갔다. 넓은 연못 주위에 계란을 숨겨 놓고 아이들이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플라스틱 달걀을 찾는 것이다. 그 계란 안에는 초코렛, 사탕 같은 것들이 들어 있어 아이들이 너무나 신나 했다.
대학 주위를 이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한 바퀴를 돈 다음 눈썰매를 타러 갔다.
3월 26일이라는 봄날의 어귀에서 만난 눈은 어제부터 하염없이 뿌리고 있었고, 스키장 가는 길목에 두껍게 쌓인 눈은 참으로 낯설고도 이색적이었다.
차를 세우고 장비를 챙겨 하얗게 눈이 쌓인 언덕 위로 올라가니 어떻게 알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검정 타이어나 썰매를 끌고 나와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나도, 남편도, 이 교수님 가족도 어린아이들처럼 저 언덕 위에서 뒹굴며 뒤집어지며 봄날의 눈을 만끽했다.
하늘은 희뿌옇게 변해가며 때로 굵은 우박도 쏟아내고, 탐스러운 함박눈도 쏟아내고 있었다.
눈 없는 텍사스에서 온 우리들은 마냥 신기하고 봄의 길목에서 (휴스턴은 이미 여름이지만)맞은 자연의 또 다른 은혜를 듬뿍 받은 느낌이다.
오후 일정을 여유 있게 끝내고 집에 돌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5년 3월 27일 일요일
남편은 작년 추수감사절부터 이곳에 오자고 여러 번 졸라대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상 미루다 이번 기회에 오게 되었는데 참 마음이 따뜻한 여행이었다.
휴스턴에서 만나 그리 오래된 시간은 아니었지만 시간보다 더 많은 마음을 나누며 살았던 선아 가족이었다.
휴스턴을 떠나야 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되는 상황에 너무나 마음이 아렸지만 이렇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이 내게는 기쁨이 되었다.
아직도 선아가 살던 집 앞의 도로를 지날 때마다 선아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
휴스턴에서보다 더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왔으니까.
이제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인연이지만 서로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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