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아, 진짜 한숨 나온다

김 정아 2023. 7. 30. 03:32

2023년 7월 29일 토요일
 
일 잘 하던 부엌 아줌마 하나가 6월 초에 그만두고 난 후 내가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 이후로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줌마 하나를 구했다.
처음엔 그 남편이 일을 하기로 했었다.
메니저가 알고 있는 40된 아저씨를 나한테 소개를 해 주었는데 내가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40된 아저씨를 쓸 수는 없었다.
 
내가 보건데 미국에서 가장 임금이 낮은 곳이 우리처럼 델리 가게인 것 같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 가게도 고등학생 3 명, 그리고 영어가 안 되는 스페니시 4명과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 못한 성인 미국인 3 명이 있다.
 
40이 된 아저씨가 임금 낮은 델리에 와서 버틸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고 며칠 하다 나가버리면 나는 또 시간낭비,돈 낭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혀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오랫동안 일을 못해서 꼭 하고 싶다고 해서 그가 원한 액수보다 높여서 쓰기로 했는데 첫날 빵 3개 째를 썰다가 손가락까지 찔러 피가 좀 났는데 일을 못 하겠다고해 돌려 보내고 내일 오라고 했다.
 
그러더니 다음 날 아침에 자기 와이프를 쓰면 어떻게냐고 해 오라고 해서 3주 일을 했다.
3주 일을 하더니 자기가 일했던 도너스 가게로 돌아가겠다고 해 왜 그러냐고 했더니 남편이 놀고 있어 생활비를 혼자 충당하는데 돈이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가 필요하냐고 했더니 10년 일한 우리 메니저보다 더 달라는 것이다.
온 지 3 주 된 사람이 10년 된 사람보다 더 달라는 그것은 내 임금체계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그럼 다시 도너스 가게로 돌아가라고 했다.
 
또 몇 주가 흘러 한 명을 다시 구해서 오늘 6일 째 인데 진짜 아무 생각이 없다.
Mayo, onion, tomato, mustard 같은 단어를 읽지 못하고 뭐라고 말을 하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무조건 ok라고 하고 같은 자리에서 계속 같은 실수를 서너번을 한다.

영어를 못 읽고 머리가 안 좋은 것은 그럭저럭 견디겠는데 도통 아무 노력을 안 하는 것이 사람 미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영어로 된 레서피를 스페니시로 바꿔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 레서피 종이를 집에 가지고 가서 공부해 오기도 하고, 부엌 티켓을 집에 가지고 가 공부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 뭔가 노력을 하는데 이 사람은 도통 아무 생각이 없다.
심지어 가지고 가서  좀 읽어 오라고 하는데도 말을 안 듣고 몸만 왔다 갔다 하는데 오늘은 화가 너무 났다.
 
티켓을 먼저 보라고 수십번을 이야기를 해도 안 듣고 머스터드, 마요네즈를 자기 맘대로 뿌려버리니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다.
오늘따라 손님이 많아 오더 받는데도 바빠 죽겠는데 샌드위치 하나를 제대로 못 싸니 난 케쉬어에, 부엌 아줌마 돕는 일에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정도였다.

다음 주 일주일 시간 줄텐데 그 이후에도 아무 변화가 없으면 집에 가라고 했다.
 
*손님이 오더를 하면 저렇게 티켓이 부엌에서 자동으로  프린트가 됩니다. 그러면 티켓을 보고 'no tomato. no mustard, add mayo,'대로 하면 되는데 티켓을 안 봅니다. 티켓을 봐도 읽을 줄을 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티켓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고 집에 가지고 가라고 했는데 그냥 갔네요.
저한테 오늘 싫은 소리를 들어서 내일 안 나타날 지도 모르겠는데 안 와도별 상관이 없을 듯 합니다
별 도움이 안 되네요

*영어로 된 메뉴인데 다른 사람들은 스페니쉬로 바꾸어서 자기 노트를 따로 만들어 오기도 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네요.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면 못 해도 기다리는데 정말 최악입니다. 
제가 부엌에서 다시 고생을 해도 일주일 후에 더 변화가 없으면 보내야겠습니다.


*어제는 아무 말도 없이 안 나왔어요.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 나타나서 병원 갔다 왔다네요.
제 전번을 몰라서 연락을 못 했다 하는데 어이가 없지요.
다른 직원 통해서 물어보면 되고 지금 같은 디지털 세상에 구글에 한 번만 찾아도 가게 번호 나오는데요. 그냥 내치기엔 제 마음도 편치 않아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면서 공부는 했냐고 물었더니 했다고 하네요
저 노트를 보고 제 마음이 확 풀렸어요
저런 성의를 보이니 기분이 좀 좋아졌습니다.
스패니쉬로 바꿔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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