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큰 아이가 돌아온 지 한 달 째

김 정아 2020. 8. 2. 11:17

2020년 8월 1일 토요일

큰 아이가 집으로 돌아온지 한 달 되는 날이다.

작년에 큰 아이는 수의대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에 장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졸업생 거의 모두가 그렇듯 수의 병원에 취직해 적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그간의 고생을 보답 받으며 편한 수의사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박봉을 받으며 더 공부를 해 미래에 더 넓고 밝은 길을 개척할 것인가 아빠와 많은 의견을 나누었었다.

결국 아이는 후자의 길을 택했다.

 

인턴2년과 레지던트 3년의 험난한 길을 가보기로 하고 졸업 첫해 캘리포니아에서 인턴 1년차를 시작했다.

인턴 생활이 월급도 적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데 그것도 어떤 날엔 나가야 되어서 옆에서 지켜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1년간의 인턴생활을 마치고 2년차를 이곳 휴스턴에서 시작하기로 해서 캘리포니아 생활을 청산하고 슈가와 함께 2박 3일에 걸쳐 운전을 하고 지난 달에 휴스턴에 왔다.

이번 인턴은 응급 수술 팀이라 병원에서 5분 거리에 살아야 한다고 해서 병원 근처 아파트를 알아보고 다녔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편의를 봐주어 15분 거리인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우리 부부와 계약을 했다

한달에 300$의 렌트비를 내고 서로의 생활에 전혀 간섭을 안 하기로 했다.

우리는 우리끼리 살던대로 살고 아이는 식사와 빨래 등을 혼자 알아서 하기로 했는데 그게 말처럼 되지 않는다.

 

아이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병원에 갔다가 밤 11시가 넘어서 들어오고 어느 날엔 새벽 12시에 응급 수술이 있어 불려 나가고 일주일에 하루도 온전히 쉬지 못한다.

일요일에 쉰다고는 하지만 역시 새벽 6시에 나갔다가 오전 11시가 넘어 들어오니 아이의 빨래나 밥을 챙기지 않을 수가 없다.

 

캘리포니아 있을 땐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지 않으니 그런가 했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니 내가 진이 다 빠져 버리고 그냥 일반 수의사의 길을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아이는 이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니 , 그리고 공부 더 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불안함 중에 웃음이 지어진다.

 

그래 아들아! 미래는 이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란다. 난 네가 자랑스럽구나! 힘들어도 네 앞길은 더 많은 빛이 보일 것이라 믿고 응원한다.

 

 

*수의 학회지에 실린 아이의 모습입니다. 두 컷이나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