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벌써 열 일곱 살이야?

김 정아 2013. 3. 24. 09:54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나연이 열일곱 살 생일을 맞아 오랫만에 가족이 외식을 했다.

 

자식이 부부를 이어주는 끈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가게 운영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남편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부딪힌다.

내가 보기엔 별 문제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남편은 한 번씩 가게에 올 때 마다 징그럽게도 잔소리를 해댄다.

매사에 완벽하다시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모든 것이 서류화되고 문서화 되어야하고 철을 하나 하더라도 네모 반듯해서 하나라도 삐져 나온 구석이 있으면 안 된다.

 

위생 점검에서 96점을 받았으니 그만하면 청소도 나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눈에는 뭐가 그렇게 부족하고 불만인지 여기가 청소가 안 되었느니 저기가 더럽다느니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나를 죽이려고 든다.

 

그러니 남편이 가게에 한 번씩 나올 때마다 나는 좌불안석이고, 신경이 머리끝까지 곤두서는데 나도 참다가 어느 날은 말 한마디 대꾸를 잘못했다가 난리가 나서 냉전이 오래 가게 되었다.

 

그러다 딸 생일인데 그냥 넘어 갈 수 없어 외식하면서 그간의 쌓인 것들을 풀었다.

화해기간이 얼마나 갈 지 나도 모른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냉전 모드로 돌아갈 지도 모른다.

 

경제적 독립이 되어야 나도 큰 소리를 치고 내 가게 상관 말라고 무시하고 살텐데 아직 경제적 독립이 안 되니 이래저래 남편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내가 안 되었다.

 

그나저나 오랫만에 딸 생일 핑계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돌아온 날이다.

 

*브라질 식당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딸아이 생일이라고 했더니 저렇게 치즈 케익에 글씨를 써서 무료로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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