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초등 친구들을 만나서...

김 정아 2012. 6. 20. 18:50

2012년 6월 20일 수요일

친구 화영을 휴스턴에서 만나면서 내게도 많은 초등학교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 내성적이었던 나는 초등 시절 내내 친구가 없었고, 하루에 한마디도 안 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들이 허다했다.

학교 외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논  기억도 없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본 기억이 없다보니 자연히 초등학교 동창 이름이나 얼굴이 기억나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물론 나 역시도 친구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땅콩 밭  딸'로 기억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 대규모 땅콩 농장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는 어른들의 일손 만으로 일을 꾸려나갈 수가 없어 초등학교 다니는 나의 친구들을 불러 땅콩을 캐는 일을 시키고 삯을 주었으니 가까이서 ,멀리서 우리 집에 오지 않은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한 친구 말에 의하면 땅콩이라는 것이 땅밑에서 줄줄이 열리는 것을 그 날 처음 보았고 ,그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충격이었다는 말을 했다.

그 부근에서는 우리가 처음으로 땅콩 농사를 시작했으니 아마도 많은 친구들이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더불어 나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나마 친구들의 머리 속에 나를 기억하게 해 주었으니 아버지께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다.

 

7년간을 휴스턴과 뉴욕에서 살았던 화영이 작년 여름에 미국 생활을 다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한국에 오자 마자 화영과 통화를 하고 오늘 연락이 되는 초등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나에게도 초등학교 친구가 있다는 사실, 연락해서 기꺼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한참 전 부터 오늘이 기다려지며 설레였다.

드디어 한 사람씩 모이는데 처음 본 친구에게도 대뜸 반말이 튀어 나온다.

이렇게 쉽게 무장 해제가 되며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이 친구가 아니면 가능하지는 않으리라.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니 살포시 어린 시절의 일들이 떠올랐다.

 

35년전에 코흘리며 교정을 누볐을 우리들이 이제 50이 다되어 그 긴 세월을 한 순간에 건너 뛰어 다시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내 초등 시절을 추억하게 해 준 친구들이 참 고맙고 시간 가는 것을 붙잡수 없어 아쉬웠다.

 

 

 

화영아! 두 말이 필요 없는 나의 친구라는 것 알고 있지? 휴스턴에서 만나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 언제나 주님께 감사한다. 네가 사 준 옷 입고 모임에 나갔었다. 모두들 이쁘다고 하더라

 

 

 

정란아! 5학년 때 전학을 갔으니 나에 대한 기억이 없을텐데도 나와 주어서 정말 고마웠어.

초등 6년 중에 5년을 다녔으면 초등학교 동창회에 당당하게 나갈 수 있어. 앞으로는 움츠리지 말고 다니길 바래. 너한테는 전학 갔던 학교보다 우리 학교에 대한 애정이 더 클 것 같아.

 

 

 

희숙아! 생년월일이 같은 너와나,결코 가벼운 인연은 아니었을 거야.그래서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만날 수 있었겠지.내 생일 때마다 항상 너도 생각이 났었다. 올해부터는 더 구체적으로 너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우리 아버지가 너 밥 사주었다는 것은 아직도 난 기억이 안 나.

 

 

 

해정아! 너의 기억력에 기절할 뻔 했어. 어떻게 아직까지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성함을 기억하니?

나 무척 감동했어. 너무 오래 전이어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거의 안 하고 살았었어.아버지께 좀 죄송한 맘이 들었어. 엄마한테 전화 했더니 엄마 역시 혀를 내두르시더라.

 

 

 

영숙아! 그 옛날에 피아노 레슨 받아서 전체 조회시간에 피아노를 쳤었잖아. 공부도 잘 하지 피아노도 잘 치고 키도 크지, 그 시골에서 우수성을 뽐내더니 역시 여장부가 되어서 기분이 아주 좋더라.

지점장님 앞으로도 승진 팍팍해.

 

 

 

숙영아! 이 사진에 없어서 서운하네.사진 찍을 생각을 일찍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너 가고 난 후 생각이 났지 뭐야.그날 평택까지는 잘 도착했어? 그 먼 곳에서 가게 문 일찍 닫고 와 준 너에게 고마웠어.우리 중 3 때 같이 자취를 했으니 우리도 보통 인연은 아니었어.그치?

아이들 다 키웠고 친구들 중에 네가 제일 먼저 장모나 시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니?

 

 

*친구들아, 정말 고마워. 그리고 모두들사랑해! 너희를 만난 추억으로 또 1년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게.

언제 어디서라도 한상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해달라고 기도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