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마음이 아파서.

김 정아 2011. 10. 14. 03:08

2011년 10월 13일 목요일

베이커한테 가게 열쇠를 준 것이 한 달은 조금 넘은 것 같다.

내가 가게를 운영한 경험도 없거니와 샌드위치를 어떻게 싸는지조차 모르는데 내 몸으로 열심히 뛰고 익혀야 되겠기에 아침에 죽으나 사나 7시 조금 넘어 체증 많은 고속도로를 타고 8시 30분에 가게에 도착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니 가게 사정도 모르면서 메니저를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나고 나면서 부터는 집안 꼴도 말이 아니고 내 몸도 힘들어 우리 가게에서 가장 성실한 베이커한테 가게 열쇠와 알람 번호를 주고 난 체증 시간을 피해 30분 정도 늦게 나갔다.

그러던 것이 자꾸 꾀가 나서 집에서 나가는 시간이 차츰 늦어지다가 캐쉬어가 나오는 시간을 30분 빨리 주고 나는 9시가 넘어서 집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 동안 못 나왔던 Rene까지 나온다고 하니 마음이 더 느긋해질 수 있었다.

은행에 가서 볼일까지 다 보고 가게에 들어오니 르네가 와 있었다.

저 어린 것이 얼마나 마음이 고통스러웠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을 어쩔 수가 없어 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열심히 일을 하던 아이가 어느 날 아무 연락 없이 안 나왔다.

이 아이가 또 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는데 그 다음 날 가게에 나와서 지금 감옥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와서 연행해 가는 것도 아니고 지 발로 걸어서 들어간다니 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무슨 감옥? 하고 물었다.

티켓 800불 짜리를 받았는데 그 돈을 갚을 수가 없어 5일간 감옥에 있어야 된다고 하며 오늘 아침에 감옥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말로 하면 구류같은 것일 것 같다.

그런데 난 이 가게 일을 계속 하고 싶으니 5일 후에 다시 와도 되느냐고 물어 니가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 그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그 아이에게 800불은 엄청나게 큰 돈이다.

잠시 내가 그 돈을 빌려주어야 하나? 했었는데 내가 그 말을 했어도 르네는 거절을 했을 것이다.

800불을 빌리고 두고 두고 갚을 일도 태산이지만 그 동안 빌린 돈을 갚자면 또 하루 하루 먹고 사는 일이 고통 그 자체였을 것이니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 몸으로 힘든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에게도 서는데 그 아이게는 너무나 현실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5일을 감옥에 있다가 수요일이면 일을 오겠다고 했는데 수요일에도 아무 소식이 없어 그냥 기다렸다.

화요일까지 감옥에 있던 아이가 무슨 정신으로 수요일에 일을 나오겠는가 싶어 기다리다가 수요일 밤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내일은 일을 갈 수가 있다며 고맙다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 아침에 누가 데려다 주었냐고 물었더니 태워다 주는 사람이 없어 2시간을 걸어서 왔다는 것이다.

6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두 시간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니 눈물이 핑 돌았다.

두 시간을 걸어와서 5시간 30분을 일을 하고 또 두 시간을 걸어서 가야 한다니 이 세상이 그 아이에게는 너무나 잔인하기만 할 것 같다.

 

많은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떤 말도 이 아이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 할 것이다.

지금이 이 아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일 테니 앞으로 더 추락할 일도 없을 것이고, 5년후 10년후의 삶엔 웃을 일도 좀 많아지게 해 달라고, 가여운 이 아이를 눈여겨 보시라고  기도해 본다.

 

 

 

Rene는 제 아래 글 '사람 사는 모습도 참 가지가지'에 나오는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