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7일 토요일
방학이 끝나고 세 명의 대학생들이 대학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가게에 일 할 사람이 팍 줄었고 ,일을 아주 잘 하던 페루 아줌마 한 사람도 불법체류자였는지 경찰에 걸려 감옥엘 들어갔다고 남편이 울먹이며 찾아와 페이체크를 찾아 간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니 최소한의 인원으로 버티고 있고 그 중 한 사람이라도 일이 있어 못 나오게 되면 아주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떠난 이후 바로 사람을 구한다는 'help wanted'사인을 붙여 놓고 구인을 하고 있는데 하루에도 몇 명씩 와서 이력서를 내고 가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종도 좀 구색을 맞추어야 하고 남녀 비율도 좀 맟추어야 해서 미적거리고 있는데 남편은 한시간에 겨우 7.25달러짜리를 쓰면서 뭘 그렇게 따지느냐고 하지만 2주일에 한 번 나가는 주급이 4천불이 넘는데 절대 '겨우'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이 돈 가지고 어떻게 살까 하는데 한꺼번에 4천불이 넘는 돈을 주는 나는 2주마다 허리가 휠 지경이다.
여하튼 어느 날 고등학생 정도밖에 되 보이지 않은 아주 왜소한 체구의 남자 아이가 이력서를 달라고 왔다.
보통은 그 자리에서 쓰고 나한테 직접 주고 가는데 이 아이는 뭐가 급한지 일하는 아이한테 주고 바로 자리를 뜨고 없었다.
이력서를 보니 맥도널드에서 캐쉬어를 했고 이탈리아 식당에서 청소를 했다고 써 있어서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있고 좀 똘망해 보여서 전화를 해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인터뷰 중에 'my son'이라는 말을 자주 해 나는 잘 못 들은 줄 알고 my what? 이라고 반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2살인 이 RENE라는 청년은 벌써 두 아들의 아빠였고 큰 아들이 5살, 작은 아들이 2살이라고 했다.
키가 160이 조금 될까 말까이고 몸무게도 60키로도 안 나가 보이는 왜소한 체구에 얼굴도 얼마나 앳되어 보이는지 모른다.
여하튼 두 아이의 아빠니 책임감은 있겠다 싶어 그 날 바로 일을 시켰다.
여러 곳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어 일을 알아서 찾아서 하고 배우려는 욕심도 많으니 다른 직원들도 참 잘 뽑았다고 좋아했다.
그렇게 며칠 일을 하더니 일주일도 안 되어 일을 더 못하겠다는 것이다.
참 황당하다 싶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22살밖에 안 된 아이의 어깨가 참으로 무거워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몇 달 동안 아파트 랜트비를 못 내 은행으로부터 나가라는 통지를 받았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학교를 더 이상 못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할 지 알 수도 없고 돈을 못 갚으면 감옥을 가야 된다고도 했다.
부부가 합심해 어려운 고난을 헤쳐 나가면 그나마 서로 힘이 될텐데 두 아이의 엄마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 버렸다고 하니 그 하나 만으로도 어린 마음에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을 것이다.
그 날도 차가 없어 얼마나 걸어 왔는지 얼굴이 온통 땀으로 가득차고 숨까지 차 올랐다.
내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는 일이어서 너는 너무나 젊은 나이니 실망하지 말라고 하고 다음 주에 페이 체크를 받으러 오라고 말을 하고 보냈다.
그리고 3일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일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해 그러라고 했고 니가 정말 열심히만 하고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서 일을 하러 오기만 하면 너한테 40시간도 줄 수 있다, 아마 어느 곳에서도 처음 오는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모두 너한테 달려 있으니 최선을 다하라고 해서 요즘 다시 나온지 일주일이 되었다.
아이가 머리 회전도 빠르고 부지런해 남편도 참 좋아한다.
한참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보고 게임하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꿈이 많을 시기에 벌써 40도 넘어 버린 것 같다는 그 아이 말처럼 작은 어깨에 내려 앉은 짐이 너무 무거워 보여 내가 다 맘이 아프다.
그 아이가 내 가게에서 안정을 찾고 작은 꿈이라도 키워 갔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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