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30일 토요일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한달을 맞았다.
내가 처음부터 강력하게 안 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밀어부친 남편을 원망을 하기도 했지만, 아침마다 출근할 직장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던 한달이었다.
난생 처음 시작하는 이렇게 큰 일에 적응을 참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가장 큰 일은 물건을 주문하는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 회사에 물건을 주문하면 배달을 오는데 지금까지 중요한 것 하나씩을 꼭 빼 먹고 주문을 해서 애를 먹었다.
중요한 치즈가 부족해 마트마다 사러 다니고 chip을 잘못 주문해 부족했고 가장 기본이 되는 햄과 turkey가 부족했고 시럽콜라도 부족했다.
그 때마다 글라라 언니 가게에 도움을 청하고 한국인이 메니저로 있는 가까운 가게에 가서 빌려 오기도 했다.
물건을 주문 할 때가 오면 머리카락이 곤두서곤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주문을 해야 할 텐데 뭔가를 또 빠트리면 어쩌나 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오더를 미루다가 막바지에 신중을 기하고 기해서 하는데 어김없이 뭔가가 빠지니 그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이번에도 막판까지 미루다가 주문을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글라라 언니께도 너무 미안해서 이번 달까지만 봐 주세요 했는데 "글쎄 그렇게 될까?" 하신다.
그래도 내가 위안을 삼는 것은 다운타운의 마이크가 내게 물건을 빌리러 왔다는 데 있다.
마이크는 다운타운의 팀리더로 오랫동안 있는 사람인데 글쎄 나한테 물건을 빌리러 두 번이나 온 것이다.
한달도 안 된 신출내기한테 물건을 빌리러 오는 고수를 보니 내가 안심이 팍 되는 것이다.
여하튼 이제 물건으로 신경 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동안 직원들도 많이 교체가 되었다.
점심시간에 바쁠 때는 좁은 부엌 안에서도 나는 뛰어 다닌다.
그런데 한 캐시어는 엄청 바쁜시간에도 딴 세상 아이처럼 팔짱을 끼고 어슬렁거리면서 다니고 꼭 말을 해야 움직인다.
그것도 꼭 " I know " 하면서 몇 박자가 늦는다.
속이 터져서 그 아이가 해야 할일을 내가 먼저 해 버리니 내 몸도 피곤하고 짜증은 짜증대로 난다.
저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해 왔던 레이첼이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이다.
그런데 내가 인복이 많아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아이가 제 발로 걸어 나간 것이다.
그 이후로 네 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는데 내 맘에 쏙 든다.
한 아이는 머리도 명석해 하나를 알려주면 서너가지를 알아서 하고 눈치도 빨라 내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서 해 주니 그 아이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새로 뽑은 두 남자 직원은 공통적으로 머리가 좀 딸린다.
한 아이는 흑인이고 한 아이는 백인인데 하나 알려주면 하나 밖에 못 한다.
가령 손님들이 나가시면 테이블을 닦으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음식이 줄줄이 나와 손님들 테이블에 가져갈 사람이 없어 그대로 놓여 있어도 그것을 보고도 테이블만 닦고 있다.
처음엔 고민스러웠는데 꾀를 부릴 줄을 모르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궂은 일도 다 한다.
꾀 부리고 머리 명석한 아이보다는 오히려 이런 아이들이 오래 같이 갈 사람인 것 같아 시간이 갈 수록 만족스럽다.
그리고 작년 4월과 올해 내가 인수한 4월의 결산을 보니 거의 엇비슷하다.
레이첼이 나보다 약간 더 높은 수익을 올렸다.
주인이 바뀌면서 매출이 많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아직 그렇게 높은 매출은 아니어도 발전할 잠재성이 엄청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하루 매출액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당장 정말 많은 고객들이 몰려 온다해도 아직 우리 직원들이 그에 따라갈 순발력이 없기 때문에 서서히 준비를 갖추어 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별짓을 다해도 줄지 않던 몸무게가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5, 6키로가 순식간에 빠져 버렸다.
내가 너무 당황할 정도이다.
못 먹어서 빠진 살이라 어떤 때는 살짝 현기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에는 고칼로리 음식을 안 먹으려고 무지 노력했는데 지금은 고칼로리를 일부러 찾아 먹는다.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살이 빠지다 보니 이것도 고민이다.
내 생활 방식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머지 않아 이전 몸무게로 돌아올 것 같다.
앞으로 한 달 후, 또 한달 후면 나도 우리 직원들도 서로 익숙해지고 더 편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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