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이제 17일이 지났다.

김 정아 2011. 4. 19. 00:30

2011년 4월 17일 일요일

가게를 시작한지 17일째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참 많았지만 무사히 마치고 오늘에 이르렀다.

2주간 가게 일을 봐 주기로 했던 전 메니저 Rachel도 떠났다.

그동안 레이첼의 시간을  차츰 줄여가면서 내가 그 자리를 메꾸어 갔는데 난 레이첼의 삼분의 일도 채우지 못했다.

일단 영어가 안 되니 주문을 받기가 좀 힘들고 레이첼은 가게 운영의 하나부터 백까지 철저하게 알고 있는 사람인데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영어를 못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 직원들이 나서서 많이 도와 주고 있어 하루가 다르게 심신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동안 하루에 수프 한 그릇으로 하루를 해결하니 저절로 몸무게는 4-5킬로가 빠졌다.

그런데 이제 배가 고픈 것도 느껴지니 많이 안정이 되었다.

 

레이첼이 떠난지 딱 하루만에 큰 불상사가 생겼다.

문을 열기 30분 전에 cheese melter, 곧 오븐을 켜고 예열을 해야 하는데 오븐이 작동을 안 하는 것이다.

우리 직원들도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당황을 했고 두꺼비 집을 열고 오븐이라고 쓰여 있는 스위치를 켰다가 끄기도 했는데 여전히 작동을 안 했다.

마침 인근에 한국인이 메니저로 있는 가게에 전화를 하니 기사 한 사람의 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다.

레이첼에게 전화를 안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하니 자기가 전기 기사를 알아보겠다고 하고 ,남편도 정신없이 달려오고 전 주인도 달려왔다.

전 주인아저씨가 와서 두꺼비집을 열고 전원을 켰다 끄니 바로 작동이 되는 것이다.

빵을 굽는 오븐과 치즈 멜터기의 오븐을 헷갈려서 엉뚱하게 빵 굽는 오븐의 스위치만 켰다 껐다 한 것이다.

정말 너무나 고마운 것이 전 주인도 지체 없이 달려와 주고, 생각지도 않았던 레이첼까지 고속도로를 50분이나 운전해서 와 준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로 인해 상처도 받고 감동도 받으며 살지만 난 레이첼 같은 사람은 정말 처음 본 것 같다.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도 자기 집안 일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 주고, 자기 일도 다 끝났는데 그 먼길을 운전해서 와 준다는 것, 아마 나라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정말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비록 국적은 달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게 해 주신 신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앞으로 레이첼과 다시 인연이 되어 살아가게 해 달라는 기도 제목이 생겼다.

레이첼이 고향인 홍콩을 다녀온 후 6개월 정도 쉰 후에 다시 제게 보내 주십시오 하는 기도 말이다.

 

그리고 어제는 새로 들어온 직원 입력을 잘 못하는 바람에 컴퓨터 시스템이 오류가 발생해 버렸다.

주문을 받는 레지스터 하나가 정상 작동을 안 하는 것이다.

마침 토요일이라 원석이 가게에 나와 있어서 원석이 전화를 해서 그 난감한 상황을 또 해결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난 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정말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마다 도와 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것이다.

지금은 힘들어도 2개월 후 , 6개월후, 1년 후에는 나도 이 분야의 베테랑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 힘들어도 화이팅이다.

 

*그동안은 정신이 없어서 메일 체크도 못했습니다.

제가 이제 직원들한테 아침 일을 맡기고 이렇게 사무실에 앉아 블로그를 올릴 정신도 생겼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새 글을 올리지 못해 죄송했는데 앞으로 자주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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