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미국인들 앞에 서는 일이 참 어렵다.

김 정아 2011. 3. 12. 11:58

2011년 3월 13일  일요일-3월 14일 월요일

지난 금요일 오후 일을 끝내고 봄방학을 맞은 원석이를 데리고 휴스턴으로 돌아왔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벌써 2주가 끝났다.

지난 2주간은 몸이 고생하면 되는 bakery,  샌드위치 싸는 과정이었는데  다음주부터는 아마 customer service로 이동할 것 같다.

영어가 안 되는 내가 어떻게 커스터머 서비스 일을 할 것인가 생각하니 걱정이 앞서 집에 돌아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토요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일요일 오후 6시까지 재고 조사를 한다고 복귀하라고 해 오후 2시에 휴스턴을 떠나 오스틴으로 돌아갔다.

또다시'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하나?'라는 회의감이 몰려와 극도로 우울해졌다.

이왕 하는 것 왜 기쁜 마음이 안 되는지 알 수 없다.

가는 도중에 남편은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는데 받으면 괜히 짜증을 낼 것 같아 무시하고 오후 6시에 가게에 나갔는데 어찌 된 것인지 이 가게는 일요일 오후에도 사람이 많다.

메니저 데이비드와 추운 냉장고에 들어가 고기 종류 및 치즈, 케잌종류의 재고조사를 했는데 너무 피곤하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고 나머지는 내일 아침 6시부터 다시 하기로 했다.

 

월요일 새벽 6시에 와서 inventory를 하고 컴퓨터에 기록을 하는데 데이빗은 잘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그리고 바로 프론트에 나와 주문 받는 일을 했는데 영어를 또박또박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는지 말을 하다가 얼버무리는 미국인들 때문에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본인이 영어 못 한다는 소리는 안 한다. 하하)

Sandy가 나를 도와 주는데 잠시 자리라도 비우면 난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 하며 얼굴이 경직되었다.

데이비드는 make smile이라고 여러 번 말하는데 도대체 웃음이 안 나오는 걸  어떻게 해?

여하튼 점심 시간이 끝나고 매상을 맞추는 일까지 했는데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샌디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오늘은 너무 피곤할 테니 은행에 입금만 시키고 호텔에 돌아가 쉬라고 해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더 열심히 해도 부족한데 일찍 가라고 좋아하니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점심까지 먹고 났어도 2시 30분이어서 샌마르코스 아울렛 매장에 가서 쇼핑을 하고 돌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