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3주째

김 정아 2010. 12. 13. 18:17

2010년 12월 14일 화요일

샌드위치 가게에서 빵을 만든지가 3주가 되어간다.

어느 정도 알고 반죽도 해 보았으니 나중에 만들게 되면 분량에 맞게 밀가루를 넣고 반죽해서 오븐에 구워내면 될 것 같다.

 

미국에 와서 벌써 9년째이다.

특별히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없이 살아왔고 내가 굳이 벌지 않아도 생활에 별 문제가 없기때문에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도 한 번씩은 나도 뭔가 일을 좀 해 봤으면 좋겠다 싶은 때도 있었다.

그래서 악세서리 가게 하나 열까 하는 생각은 종종 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남편은 나한테 샌드위치 가게를 하나 하라는 것이다.

여유 있을 때 재투자를 해놓으면 나중에 노후 걱정은 없을 거라고 내가 뭔가 하나는 해야 한다고 한다.


난 정말 음식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기때문에 '싫다'고 한마디 잘라 거절했다.

"여보 내가 샌드위치 가게를 한다면 내가 만드는 샌드위치를 먹는 고객들을 모독하는거야. 내가 굳이 일을 해야 한다면 악세사리 가게를 하고 싶어"했다.

남편은 며칠 생각하는 것 같더니 그래도 불경기에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은 먹는 장사라며 꼭 해야 겠다는 것이다.

둘 사이에 큰 소리가 몇 번 오가고 남편이 꼭 하기를 원해서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ok를 했다.


그리고서 남편과 친형제처럼 지내는 분의 가게에서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한 것이 3주 전이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기때문에 아침마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그런데 우리를 도와 주려는 분들의 정성이 참으로 감사하고 누가 이렇게 가게 부엌까지 오픈해가며 나를 받아 주나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래 해보자. 나라고 못 할 것이 뭐 있어'하는 다짐들을 하며 3주가 지나갔다.

치즈 이름 아는 것도 하나도 없는 내가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너무나 당치 않고 나 스스로 주눅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믿는다.

언제나 나를 사랑하셨던 그분께서는 이렇게 큰일 앞에서도 나에게 용기를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