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4박 5일간의 뉴욕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

김 정아 2009. 12. 29. 07:25

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지난 수요일부터 4박 5일간의 뉴욕 여행을 마치고 원석이 오늘 밤에서야 도착했다.

원석이, 원석이의 절친 켈빈, 켈빈 엄마, 켈빈엄마의 약혼자 이렇게 4명이서 같이 한 여행이었다.

우리 가족과는 여행이라는 것을 안 가려는 녀석이 친구가 가자니 일언반구 싫다는 소리도 없이 가겠다고 했다.

 

원석이는 우리 가족과 뉴욕을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다.

두 번 다 여름에 다녀왔으니 뉴욕의 혹독한 추위는 처음이었다.

 

첫날부터 아이가 겁을 잔뜩 집어 먹는 일을 겪었다.

네 명이 택시를 탔는데 뒤에 세명이 앉고 앞에 캘빈 엄마의 약혼자가 타고 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보니 둘이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길도 모르는 중간에서 세명을 내리라고 하길래 영문도 묻지 못하고 내렸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기사가 약혼자의 옆구리에 권총을 들이대며 세명 먼저 내리라고 하고 은행의 ATM 기계까지 끌고 가더니 돈을 강탈해 갔고 그 아저씨는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고 한다.

미국인 약혼자까지도 대낮에 강도에게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며 너무 놀랐다고 한다.

 

둘째 날부터 두 아이가 걸어서 뉴욕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브로드웨이에서 맘마미아 뮤지컬을 보았는데 정말로 훌륭했다고 한다.

 아이의 최고 표현은 '대박이다'라는 것인데 그 뮤지컬이 '대박'이었다니 재미있었긴 했나 보다.

이 엄마도 못 본 맘마미아를 보았다니 원석이 친구 덕을 톡톡히 보았다.

 

원석이를 데리고 뉴욕에 가겠다고 했을 때부터 켈빈 엄마는 그냥 원석이만 보내 주면 되고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했었다.

그럼 다른 것은 신세를 지고 비행기표 값만 내게 해 달라고 애원(?)을 했는데도 그러면 부담 되어서 못 데리고 간다고 확고하게 못을 박았다.

그래도 떠나는 날 비행기 표 값을 봉투에 넣어서 주었는데 결국 그것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상당한 부담을 떠 안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갚을 날이 오게 될 날을 바라며 부자 친구를 둔 덕분에 원석이는 짧은 겨울 방학을 알차게 여행도 하게 되었다.

두 아이의 우정이 변함없이 이어지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