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가전 제품의 수리를 끝내다.

김 정아 2009. 1. 25. 01:47

2009-01-23 금요일

오늘 드디어 세탁기와 6개월 이상 고장이 나 거의 방치되어 있었던 식기세척기를 고쳤다.

두 가지를 인터넷으로 수리 신청을 오늘 날짜로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니 오늘 하루는 집을 지켜야 할 것 같아 아침부터 세척기 안에 있던 그릇들을 다 빼 놓고 세탁실을 청소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아침 8시 30분이 되니 집에 사람이 왔다.

식기세척기를 이리저리 다 살펴 보더니 세척기에 연결 되어 있는 water valve가 고장 났다며 그것을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컴퓨터로 노동비와 밸브 값을 다 빼보더니 230불이 든다며 고치겠느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비쌀 것은 각오를 했기 때문에 고쳐 달라고 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이 아저씨가 81년부터 2년간 울산에서 미공군으로 근무한 적이있다며 간단한 한국말을 할 줄 알며 한국에 대한 문화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나한테 한국이 그립지 않느냐고 물어 그립긴 해도 내 가족이 다 여기 살기때문에 특별히 못 견딜만큼은 아니라고 했다.

다 고치고 나서 이제 세탁기를 봐 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세탁기 담당이 아니라고 한다.

부엌가구 담당(오븐, 전자렌지, 개스렌지, 식기세척기), 세탁기 전용 담당, 냉장고 전용 담당이 따로 있는데 자기는 부엌가구 담당이기 때문에 다른 가구들은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세탁기 담당자가 따로 올거라고 한다.

참 나 미국 사회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복잡하고 불합리하고 불편할 때가 많다.

세분화 되어 나누어져 있어서 전문적으로 깨긋하게 처리할 수 있긴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닌가 한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세탁기 담당자가 와서 보더니 회전판의 선이 하나가 탔다며 그것을 바꾸어 주었다.

7년이나 쓴 세탁기를 고쳐서 쓰는 게 맞는 일인가 한참 고민을 했다.

가전 제품이 예전엔 아주 튼튼하게 나왔어도 요즘은 10년을 쓰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낡은 제품을 큰 돈을 주고 굳이 고쳐야 되는 것인가?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더 경제적이 아닐까 고민을 하다가 서비스를 취소할까 하던 중에 서비스 맨이 왔다.

그런데 다 고쳐놓고 보니 아무 문제가 없이 새 것 같아 고쳐 쓰기로 한 것이 잘 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지불한 돈이 아주 상당했다.

 

식기세척기를 처음엔 230불을 달라고 하더니 자기가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며 부품값을 깎아서 198불을 달라고 했고, 세탁기는 175불을 달라고 했다.

그러니 총 373불을 지출했고 이번 월요일에 전자렌지 수리비로 206불을 지불했으니 이번 주에 가전제품 수리비로 579이나 지출되었다.

그래도 고장난 제품들을 다 수리하고 나니 앓던 이가 빠지듯 속이 시원하기만 했다.

이제 당분간 우리 집에 가전제품 고장 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고장 난다해도 남편이 해 주길 바라며 눈치보며 오랫동안 방치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 있으니 바로 신청을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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