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9일 금요일
성당에서 미사가 끝나면 신부님께서 출입문 밖에 서 계시면서 나오는 사람마다 악수를 하시고 인사를 건네신다.
지난 주에 9시 미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인사를 하는 중에 신부님께서 나를 보시더니 “ 자매님, 잠시 후 잠깐만 저 좀 보고 가세요” 하신다.
그 짧은 시간에 머릿 속을 아무리 굴려 보아도 신부님이 나를 보자고 하실 일이 전혀 없다.
개인적인 대화는 단 한 번도 안 해 보았고 미사 후에 신부님께 고개 숙여 인사 한 것이 전부이고 봉사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어서 아마도 신부님께서 내 이름도 모르실텐데 나한테 무슨 볼 일이 있을까? 하고 기다렸다.
인사를 다 마치신 신부님은 “자매님, 올 한 해 자모회장 좀 맡아서 해 주셔야겠어요” 하신다.
난 깜짝 놀라서 한 순간 말을 못 잇고 있다가 “신부님, 제가 올 한 해 총무 한 번 더 맡아 하려던 마음은 가지고 있었어요. 작년에도 했기 때문에 올 해 하면 더 잘 할 것 같아서 작년 회장한테 총무는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총무하고 회장은 다른 사람 시키면 안 될까요?”했더니
“뒤에서 다 도와 줄 사람들이 있으니까 자매님께서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년 회장한테 한 번 더 하라고 했는데 그 자매님이 두 번은 못 하겠데요. 그런데 내가 한 번 더 말은 해 볼께요” 하신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작년 회장이 힘든 일을 한 번 더 하겠다고는 절대 안 할 것이고 결국은 내가 맡아야 할 것 같긴 했지만 신부님께서 다시 한 번 말씀 해 보신다고 하니 그렇게 알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에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 와서 받으니
“ 세라피아 자매님, 저 본당 신부인데요. 다음 주부터 주일학교 등록 받으시고 개강은 3주 후에 할 것이니 준비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하신다.
“ 신부님, 제가 자모회장 맡는 거예요?”
“ 아이고, 그럼요. 자매님이 하셔야지요”
“ 네, 알겠습니다. 준비할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이 거창한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난 뒤에서 돕는 일은 잘 할 수 있지만 회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만한 자질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어가 안 된다.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한국어가 안 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 의사 소통을 하려면 영어가 되어야 되는데 참 난감하다.
아마도 처음으로 영어가 안 되는 주일학교 자모회 회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통해 주님이 나를 부르시는 것은 아닐까?
세례 받은 지 7년째, 견진성사를 통해서 주님께 나아가는 길을 주셔서 주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빌었다.
아무나 받을 수 없는 축복의 통로를 나에게 열어 주시는 거라 믿으며 능력 없는 나지만 몸과 마음으로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받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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