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올여름, 한국에서의 마지막 하루.

김 정아 2008. 7. 4. 12:21

2008년 7월 2일 수요일

월요일에는 순천에 내려가 시부모님을 뵙고 휴스턴에 돌아가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어제 서울에 올라왔다.

정읍에만 있다보니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었고 그럴 정신도 없었다.

막내 여동생이 미끌어져 다리에 골절상을 크게 입어 깁스를 하고 양쪽 목발을 짚고 다녔다.

회복 단계에 들어섰는데 우리가 왔다고 여기저기 같이 다니다가 무리를 해서 다시 심하게 아파지게 되었다.

7개월, 4살짜리를 데리고 자기 몸도 주체를 못하니 친정엄마와 같이 동생 집에 출근하다시피 하다 보니 정신이 없기도 했다.

 

오늘은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한통 하고 가야 될 것 같아서 하니 마침 오늘이 쉬는 날이라며 점심을 사주겠다는 친구와 저녁 늦게라도 만나야겠다는 친구가 있어 만나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나와서 우리 아이들을 같이 만나준 친구, 늦은 밤에 모르는 길을 찾아 와 준 친구가 있어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아침엔 원석이 다니는 학원에 가 보았다.

학원에 맡겨 놓고 엄마가 되어서 한 번도 안 찾아가 봐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동안 공부에 얼마나 진전이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성적 상담을 받으니 영어 부분에서는 아주 많은 향상이 있었다고는 하나 수학은 그대로였다.

그래도 휴스턴에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대견하기도 했다.

휴스턴에서는 숙제가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아이였는데 아침시간엔 학원에 갔다가 오후엔 책상에 앉아서 밤 늦게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니 환경이 중요한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중 1에 다니는 조카와 같은 방에서 공부를 하는데 조카가 보통 새벽 1시까지 공부하는 것을 보더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자기보다 어린 아이가 늦게까지 하는 것을 보고 자기 생활을 많이 반성했고 야무진 아이 고모가  딱 잡아 놓고 공부를 시키기도 한다.

학원 보내 놓은 효과, 공부에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는 한국에 온 효과를 아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럽다.

한 가지 더 놀란 것은 이런 유학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원석이 반은 다섯명이라고 해 규모가 큰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쉬는 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의 수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등학생까지 이런 곳에서 유학준비를 하고 SAT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의 실상을 보는 듯 했다.

이 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가열된 양상이라고 하던데 한 편으로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지기도 했다.

 

이제 오늘만 지나면 내일은 한국 생활 1달을 정리하고 휴스턴으로 돌아간다.

긴장감에 오늘 밤, 잠은 안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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