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서울에서 2박 3일

김 정아 2008. 6. 26. 11:03

2008년 6월 20일 금요일~22일 일요일

시아버님 생신을 서울에서 하기로 해서 금요일에 서울로 올라갔다.

대학 때 같은 과 단짝 친구였던 은숙이를 만나기 위해 안양에 가서 하룻밤을 친구 집에서 묵었다.

은숙이는 아직도 현직 교사로 벌써 21년째를 맞고 있다.하긴 나도 퇴직을 안 했다면 21년째 일 것이다.

 

그 풋풋했던 시절 은숙이는 대학 1학년 때 우리 과  남학생과 연애를 시작해 그 친구와 결혼해 지금까지 다정하게 살고 있으니 우리 셋은 대학 4년을 같이 보낸 동기들이다.

친구 남편과 셋이서 한 밤중에 생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시절 우리 과에서 나를 좋아했던 남학생이 있었다는 소리를 듣고 어떻게 나도 모르는 일을 너희가 알고 있느냐고 소리내어 유쾌하게 웃기도 했다.

 

그리고 철없던 시절, 지금 돌아보니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도 이야기하며 웃었다.

나보다 2년 정도 빨랐던 은숙이의 결혼식에 갔었다.

신혼여행은 결혼식 다음날로 정해져 있었고 식이 끝나고 당진이니 삽교천 같은 곳을 신랑 신부를 포함해 친구들과 같이 다니느라 서울에 도착해 보니 시간은 이미 밤 12시가 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나는 그 때 포천에 살고 있어서 그 곳으로 돌아가기는 이미 늦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난 그들의 신혼 첫날 밤에 그들의 단칸 방에서 같이 잘 수 밖에 없었다.

친구는 "그 때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잖아.그 시간에 처녀 혼자 여관에 들어가서 자겠니? 호텔에 들어가서 자겠니? 근데 그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정말 웃긴다"

그 소리를 하면서 정말 그 때는 아무 생각 없는 철부지들이었다며 어렸던 시절을 돌아보았다.

 

토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친구 부부와 같이 집을 나와서 나는 윗동서 집으로 가고 나연이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에버랜드에 갔다.

휴스턴에서 한국으로 올 때 나연이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다니는 나연이 친구와 친구 동생을 데리고 와 주었다.

부모님은 한국에 살고 이모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었는데 나연이가 그 친구와 놀고 싶다고 했더니 꼭 한 번 보내 달라고 하셨는데 황송스럽게도 나연이를 에버렌드까지 데리고 가 주셨고 거기에 하룻밤을 친구 집에서 보내고 온 나연이는 너무 즐거웠다고 아주 신나했다.

 

난 윗동서 집에 가서 시아버님의 생신 음식을 준비하느라 토요일 내내 형님을 도왔다.

우리 남편을 빼고 아버님의 자식들이 모두 모여서 생신 축하를 하고 일요일에 강남 터미널에서 같이 근무했던 박 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은 내 단골 블로거인 '푸른 나무처럼'님이다.

나는 아무 것도 준비를 못했는데 박선생님은 아이들과 내 선물까지 챙기고 점심까지 사 주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한결같이 변함 없는 고운 심성과 동료 교사들에게도 정말 모범적인 師道의 길을 가고 있는 존경할만한 인품을 가진 분이다.

그런 분과 이렇게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이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심을 먹고 원석이는 고모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다시 정읍으로 가는 차를 타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대학  친구입니다. 박선생님과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