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대니얼 고틀립의 '샘(Sam)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김 정아 2008. 4. 3. 00:21

2008년3월 31일 월요일

이 책을 읽은 지는 벌써 2주일이 훨씬 지났지만 그 동안 뭐가 바쁜지 정신이 없어 독후감 쓰는 일이 하루 하루 지연되다가 오늘에서야 간신히 책을 다시 들고 앉았다.

 

정신의학 전문의였던 저자는 서른 세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 손상으로 전신마비가 되고 그 이후 극심한 우울증과 이혼 그리고 아내와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경험하는 지극히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그 와중에 딸의 결혼으로 샘(Sam)이라는 손자를 얻게 된다.

사랑하는 샘에게 해주고 싶고,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저자는 하루 하루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그러나 태어날 당시의 기쁨을 뒤로하고 샘은 자폐증 어린이로 진단을 받게 된다. 샘이 앞으로 글이나 읽게 될지 모르는 의심스러운 상황에 실망도 하지만 저자는 손자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지혜로운 언어들을 남기기를 계속한다.

 

부끄러움 속에 숨어있는 놀라운 기회라는 소제목이 있다.

가장 감추고 싶은 부분이 드러나면 수치심을 느끼지만 드러냄으로써 수치심을 치유할 수 있다고 했다.

어느 날 17세의 소녀를 상담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못 생긴 자신에 대해 지극한 열등감에 빠져 자신의 몸매와 얼굴을 부끄러워 했다.

저자는 방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관을 꽂아 주머니로 소변을 빼내는데 가끔 소변이 새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소녀와 상담도중 소변이 새어 바지가 흥건하게 젖었다. 공교롭게도 소녀도 젖은 바지를 보고 말았다.

저자는 그 치욕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소녀가 다가와 저자를 꼭 안아 주었다. 소녀의 위로를 받으며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

서로에게 부끄러운 면을 모두 보여 주면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 받을 수 있었다.

샘 역시도 자폐증 환자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인정함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구구절절이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사랑이 세심하게 나타난 책이었다.

물론 우리 삶에도 대비시켜 더 지혜로운 시간으로 가꿀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