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수요일
여기서 맞는 두번째 생일이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고민인 모양이다.
"당신 생일에 뭐해줄까?"
"내가 여기서 직장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사교 모임을 나가는 것도
아니니
아무 것도 필요한 게 없어. 미역국이나 끓여 줘"라고 했다.
남편은 자명종을 맞추어 놓더니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딸그락거리더니 미역국과 따뜻한 밥을 해서 내놓는다.
10년 넘게 살면서 남편에게 이렇게 미역국도
얻어먹다니.
그러고 보면 우리 남편도 꽤 자상한 축에 드는데 요즘 남편을 너무 달달 볶은 것 같다.
우리 남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한다.
얼마 전 영화를 보러 갔다 오다가 한마디했다.
"누가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 하기로
했는데 한 사람이 더 필요하데. 나한테 같이 가자는 데 어떻게 할까?"
나는 당연히 한국에서도 힘들게 일했고 한국 가면 다시
교단에서야 되는데 여기서는 편히 쉬고 우리 아이들이나 잘 돌보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그래 가서 일 해봐. 배우는 것도 많을
거야"한다
순간 얼마나 화가 나는지 내 입에서 한마디만 더 나가면 크게 싸울 것 같아 그만 입을 다물었다.
내가 주문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영어 한마디 배울 입장도 못 되고 주방에 앉아서 양상추나 뜯고 양배추나 써는 일을 할 건데 배우긴 뭘 배우라는 건지
.
그런 일이야 지금도 하고 있고 배울 필요도 없이 잘 하고 있다.
내가 이 땅에 오래 살아서 나중에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나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만 임기 후에 한국에 돌아간다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그 날 이후로 별 일도 아닌 것에 신경질을 내고 남편이 뭔가 실수 한 것을 마음 속에 꼭 품고 있다가 한 번씩 성질을
건드리는 나쁜 습성을 나도 고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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