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한국에 오기까지 마음 고생

김 정아 2019. 12. 1. 05:51

2019년 12월 1일 일요일


50대 중반이 되다 보니 주위 친구들의 부모님 상이 종종 찾아온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내 부모님들도 생각이 난다.

멀리 떨어져 사는 것 자체가 불효인데 이번엔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 뵈려고 기회를 엿 보고 있었다.


건망증이 심해져서 이제 치매 판정까지 받은 엄마를  더 늦기전에 찾아뵙고 못 하는 솜씨지만 내 손으로 끼니라도 차려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요 몇 달 사이 직원이 그만두고 ,직원을 뽑고 그만두기가 반복되었다.

9년을 같이 일한 팀리더 하나가 업종을 완전히 바꾸어 다른 직종을 선택해 나갔다.

사실 일주일에 하루 일한 직원이라 큰 타격은 없었지만 내가 그 직원이 일하는  수요일에  하루를 쉴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일한 아이가 다른 가게 물건을 훔쳐 경찰서에 들어가는 바람에 잘랐다.


그 후에 우리 브랜드의 다른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경력자가 들어와 '이게 왠 떡이야 '하고 그 다음날 바로 일을 시켰는데 내가 쉬는 날 100$을 훔쳐가 잘랐다.


우리와 같은 주차장을 쓰는 옆의 부페 식당에서 오로지 설거지만 하는 아줌마가 이력서를 들고 왔기에 거기서 받는 금액 그대로 주고 하루 일을 했는데 엄청 만족감을 표하면서 여기가 너무 좋다고 하더니 그 다음 날 나타나지를 않았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처음엔 잘 분간이 되지 않는 아이, 첫 인상부터 내맘에 전혀 안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한국 한 번 가보겠다는 일념으로 고용을 했는데 항상 늦게 오고, 휴대폰 들고 화장실 한 번 들어가면 20분 이상을 소비하고, 로비를 쓸지도 않고 닦지도 않고 그냥 내 빼리는 최악의 아이를 두고도 싫은 소리 한 번을 못 하고 달래고 있었다.


그렇게 2주일 정도가 지나고 보니 한국을 가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비행기표를 끊고 3주간의 직원들 스케쥴을 미리 짜 놓고 '내가 OUT OF COUNTRY'니 잘 부탁한다고 통보를 했다.


그런데 조용히 있던 직원하나가 갑자기 내 뒤통수를 치면서 다음주까지만 일을 하고 그만 두겠다는 것이다.

앞이 깜깜해져 그 아이를 불러 내가 한국에서 돌아올때까지만 있어 줄 수 있느냐고 사정을 했는데 단호하게 NO 라는 것이다.

2년 4개월 정도 일을 한 아이였는데 아둔해서 지금까지 캐쉬어만 할 줄 알지 샌드위치를 쌀 줄 모른다.

보통의 아이들은 3개월 정도면 어지간한 샌드위치를 싸고 그래서 돈을 올려 주기도 하는데 이 아이는 관심도 없고 뭘 하려는 의지도 없지만 주어진 시간에 늦지 않고 꼬박꼬박 나오는 아이라 그 점은 아주 이쁘게 보고 있었다.

비행기표를 바꿀 수도 없고 가는 날짜를 바꿀수도 없어 난감했는데 매니저가 자기가 다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여러차례 말을 해 주어 가까스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친정엄마는 치매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아주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더 늦기 전에 올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이번 한국행은 아주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가게 일이 걱정이긴 하지만 내가 이 시기를 택한 것은 그래도 일년 중 가장 한가한 시기이기도 하고 매니저가 자기 일처럼 성의껏 가게를 맡아봐주고 있으니 어머니를 모시는 일에 집중하다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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