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님, 성모님

봉사 좀 하셔야지요.

김 정아 2009. 8. 8. 09:22

2009년 8월 7일 금요일

 

며칠 전 점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거기 , 세라피아 자매님 댁이지요? 이번에 성모회장 맡은 사람인데요.올해 성모회 일 좀 도와 주셔야겠네요. 신부님께서 세라피아 자매님을 적극 추천하셨어요." 하신다.

"네? 제가 음식도 못하고 일도 빠른 사람도 아닌데 성모회 일을 하라고요?"

"자매님이 성모회 재무담당을 좀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재능은 없지만 힘껏 도와 드릴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연세 70이 다 되신 친정엄마는 약 1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셨다.

교회 일을 열심히 하면 본인에게도 자식들한테도 그 덕이  다 돌아간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주일마다 교회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신다고 했다.

부엌 일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분이  그 연세에 설거지 봉사를 하신다며 나한테도 성당 일에 상황이 허락하면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엄마의 그 말씀이 생각나 성모회장의 도움 요청에 거절을 못 했다.

그리고 사실 나같이 시간 많은 사람이 봉사를 해야지 하는 생각도 많다.

 

그런데 성모회 일은 사실 맨 마지막까지 하고 싶지 않은 봉사였다.

성당의 큰 안살림을 맡아 하는 일이라 온 몸으로 봉사를 해야 해서 참 바쁘다.

기본적으로 주일에 점심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허리케인이 있었을 때도 김치나 된장을 담가 피해민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아시안 5개국 미사를 할때도 음식을 전담해야 한다.

성당에서 결혼식을 할때 혼주들이 원하면 음식을 장만해 주어야 하기도 하고, 성당의 기념일에 교우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해야 한다.

내 집 식구들 먹는 음식 하는 것에도 쩔쩔 매는 내가 이런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게 무척 힘겹게 느껴진다.

 

일요일 아침엔 언제나 남편과 내가 따로 성당엘 간다.

남편은 약식 미사를 보고 나는 정규미사를 보기 때문에 시간이 안 맞아서인데 올해는 남편과 좀 맞추어 보려고 했는데 성모회 일을 하게 되면 올해도 따로 다녀야 한다.

 

지난 일요일 성당에서 작년 재무 담당자에게 인수를 받았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많은 돈을 관리하기에 좀 부담이 되지만 어차피 맡은 일에 불평을 할 수 는 없으니 즐거운 1년 반이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