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대형 한국 마켓 개업한 날

김 정아 2008. 5. 6. 12:54

2008년 5월 4일 일요일

오늘은 야외 미사가 있는 날이지만 너무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포기하고 9시 약식 미사를 보고 드디어 한인 타운에 대규모로 오픈을 한 한국 매장에 갔다.

주차장이 그리 넓지 않은데 개업하는 날에 여기저기서 붐비는 한인들 틈에 끼어서 정신 없이 쇼핑을 하고 싶지 않아 이틀 정도 미루다가 오늘 가족들과 같이 가 보았다.

 

한동안 이 ‘H 마트’라는 대형 식품업체가 한인들의 이슈거리였다.

뉴욕이나 엘에이등 한인들이 많은 곳에 입지를 든든히 굳히고 있는 한국 식품 업체가 휴스턴에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한인들의 마음이 아주 들뜨기 시작했다.

작년 7월엔가 모든 공사를 마치고 개업을 한다고 했던 것이 미루고 미루어 지면서 정말 휴스턴에 들어오나? 하고 회의를 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림에 지쳐 있었는데 5월 2일에 정식 개업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한인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H 마트’가 주요 화제로 회자 되었다.

그 동안도 작은 규모의 영세 업체 대 여섯 곳과 ‘H 마트’와 비교는 안 되지만 그래도 한인들에게 가장 큰 규모였던 K마트가 있어 한인들의 삶이 그리 열악하지는 않았었다.

뉴올리언즈나 인근의 샌안토니오에서도 장을 봐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제 대형 마켓이 들어오면 우리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져 더 싼 값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다들 들떠 있었고, 휴스턴 한인 인구에 맞게 당연히 대형 마켓 하나 정도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었다.

 

나도 기대감을 안고 ‘H 마트’에 가 보았다.

‘랜달’이나 ‘HEB’ ‘크로거’등의 대형 미국 마켓에 밀리지 않을 만큼의 넓은 매장에 한국 식품과 미국 식품들이 가득 있었다.

이제 한국 장 , 미국 장 따로 보지 않고 한 자리에서 해결 할 수 있는 ‘one stop’매장이 생겨 이전의 불편함이 모두 가실 것 같다.

그리고 이전에 어디에서도 제공되지 않았던 얼리지 않은 생삼겹살도 있고,  한국의 뚜레쥬르 베이커리까지 있어서 달지 않은 케익을 맛 볼 수 있을 것 같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생선류들이 냉동되지 않은 채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로서 휴스턴 한인들의 삶의 질이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려 졌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난 개인적으로 이렇게 큰 대형 매장에서 한국의 정을 느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의 K마트에 가면 뭔가 마음도 편해지고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끈끈한 정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곳 저곳을 돌며 얼리지 않은 삼겹살과 역시 냉동 되지 않은 고등어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3시엔 나연이를 데리고 치어리더 학원에 갔다.

치어팀의 수업이 목요일과 일요일에 두 시간씩이 있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하면 정말이지 왕 짜증이다.

평일에도 내내 아이들 태우고 오가는 일로 정신이 없는데 이제 일요일까지 아이들에게 묶여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팍 솟는다.

게다가 매달 첫 주 일요일 7시에는 치어리더 학부모 미팅까지 있는 날이다.

남편이 ride를 도와 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이리저리 오가려면 체력도 딸린다.

오늘도 남편은 중국에서 오는 출장자를 맞으러 공항에 가 버리고 혼자서 다 하려는데 화가 막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사실은 몇 년 밖에 안 남았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즐기면서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이렇게 열심히 연습을 하는데 제가 도와 주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