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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온 호박

김 정아 2023. 10. 11. 06:08

2023년 10월 10일 화요일

오늘 쉬는 날인데 할 일이 많아 아침 일찍 서둘렀다.

문 단속을 하고 나가려고 뒷마당 쪽 문을 잠그려 하는데 담장 쪽에 얼핏 무슨 열매가 보인다.
어 뭐가 보였지 ? 하고 문을 닫다 말고 자세히 보니 뒷집에서 담장을 타고 넘어 온 호박 한 덩이였다.

지난 주에 담장 위에 호박 꽃 한송이를 보았다.
때늦은 호박 꽃 한 송이가 찬란히도 피어있었는데 나는 그 호박 꽃에 호박이 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저 호박의 주인은 누구지?
당연히 내가 아닐까? 우리 집 담장 안쪽으로 깊이 들어와 있으니 당연히 나지? 뒷 집 아저씨가 호박 내 놓으라고 달려오지는 않겠지? 하며 혼자서 신기한 생명체를 바라보다 들어오려는데 또 한녀석이 내 눈길을 잡는다.

수영장 벽에 붙어 자라고 있던 바나나 한 그루를 남편이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베어버렸다.
참 ,내가 잔디 깎는 사람한테 베라고 시켰나?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베어 없어져버린 바나나 나무가 너무 그리웠는데 그 앞에서 바나나의 어린 잎이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난 너무 반가워 니가 살아있었구나 고맙다 하고 인사를 했다.
뜻밖에 횡재를 한 이 기분은 뭐지?

오늘 하루는 아침부터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시작해 본다.


*조선시대에 오성과 한음의 감나무 판결을 어찌했지요? 자기 집으로 넘어 온 것은 자기 거라고 했지요? ㅋㅋ
이래서 저 호박도 제 것 입니다

* 정말로 사랑스러운 작은 바나나 잎이 새로 나왔습니다
남편이 자기가 잘랐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잔디 아저씨 불러 제가 없애라고 한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