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어 선생님 MRS. JANET에 대해.
2005년 12월7일 수요일
연말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의 자리가 많아졌다.
오늘은 우리 영어반 선생님과 학생들이
점심을 같이 하는 날이었다.
지난번에는 대만친구들의 주선으로 중국 음식점에 다녀왔고, 오늘은 한국인들의 주선으로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했다.
미국 생활에서 자원봉사 선생님인 MRS. JANET을 만난 것을 난 가장 행운이라 생각한다.
자넷은 60이 넘었고 오랜 세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은퇴하셨다.
일주일에 두 번인 도서관의 자원봉사
선생님으로 수업에 어찌나 성의를 다하시는지 큰 가방에 자료가 항상 가득하다.
옷에 대한 수업이면 집안에 있는 옷감이나 실같은 것을 찾아 와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고, 집안 청소 이야기면 세제를 큰 봉지에 담아 오기도 한다.
무료 봉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날도 수업에 늦어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항상 일등으로 와서 학생들을 기다리신다.
추수감사절이 지난 수요일의 수업시간이었는데 오하이오에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제 휴스턴에 도착했냐고 물으니 어제
밤 9시에 도착했다고 한다.
너무 피곤할텐데 수업을 취소하지 왜 왔느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앞으로 내가 너무 피곤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겠다고 한다.
나이 사십이 갓 넘은 나도 오하이오부터 자동차로 이틀에 걸려 도착했다면 내 몸도 엉망이었을 것이고 내 경우라면 '수업이
무슨 대수냐 , 내 몸이 먼저지' 하며 아무 망설임 없이 수업을 취소했을 것이다.
난 그 말을 듣고 자넷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쟈넷의 수업은 내게 어떤 일이 있어도 최우선이다.
허리케인 리타가 휴스턴을 휩쓸고 지나간다 해 많은 사람들이 피난길에 올랐을 때도 '수업에 가지 말까? 지금 수업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아니야, 그래도 자넷이 수업 취소를 안 했으니 나오실 건데 안 나가면 안되지?'하고 수업에 나갔다.
역시 자넷은
교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날 수업은 나와 자넷만 했었다.
허리케인 대피 요령과 준비물 등을 차에 싣고 와 보여주며 행운을 빈다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들 입장에서 무시해도 좋을 외국인들이건만 쟈넷은 우리에게 언제나 정성이다.
그 정성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미안할 정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국인인 자넷이기에 오늘 점심을 훌륭하게 대접하고 싶었다.
갈비와 해물파전과 순두부를 시킨
점심을 자넷은 아주 맛있게 드셨다.
세상엔 이렇게 따뜻한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자넷, 언제나 건강한 몸으로 우리 수업을
이끌길 바란다.
*이 사진은 지난 3월 도서관 파티에서 한국인들과 함께찍은 사진입니다.보라색 쟈켓을 입은 사람이 쟈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