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엄마의 옷 장

김 정아 2024. 11. 14. 10:44

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60대 쯤의 엄마는 아주 멋쟁이셨다.
젊은 시절엔 촌에서 농사를 지으시면서 고생 고생하셨지만 60 즈음엔 자식들이 사회에 나가 제 몫을 아주 훌륭히 해 주었다.
자식들이 서로 다른 형제들에게 뒤질세라 생활비를 보태었다.
심지어 내 남편까지도 자기 월급통장에서 자동이체로 엄마께 용돈을 드리기도 했지만  엄마 당신께서도 밭을 임대해 주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면서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셨다.

그래서 그 때 쯤엔 티셔츠 하나도 유명 메이커만 입으시고 철철마다 비 싼 새 옷을 장만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고 교회를 가실 때마다 옷차림이 항상 달라져 사람들이 멋쟁이라고 했었다.

직장을 다니던 나보다 옷도 많고 고급스러워 나도 눈독을 들였던 옷들이 많았다.
지금 그 중 몇 벌은 휴스턴의 내 옷 장에 있다 ㅋㅋ

그런데 치매가 진행되면서 옷장의 옷들은 주인을 잃은 듯 몇 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이다.
비싼 옷들은 놔두고 항상 같은 차림만 하고 다니신다.
신발도 항상 같은 것만 신고 다니신다.

엄마가 정갈한 분이라고는 하지만 치매 환자인지라 엄마의 옷장을 열어보니 매케한 먼지 냄새가 나고 먼지는 옷장 아래 두껍게 쌓여 있다.
먼지를 닦아 내고 옷 장 정리를 좀 했다.

*첫 번 째 옷장입니다.
제일 오른쪽에 밍크코트, 그 옆에 모직 코트가 두 벌, 색깔 다른 패딩이 저렇게 많아요.

*두 번 째 옷 장에도 겨울 옷, 봄 가을 셋트 옷과 바지들이 걸려 있어요.

* 세번 째 옷장에는 가벼운 봄 가을 옷 입니다.

* 이 옷은 1988년에 제가 첫 발령 받고 그 해 겨울에 사드린 옷인데 아직까지 갖고 계십니다.

*엄마 옷 장에서 골라낸 옷들입니다.
드라이 해서 제가 휴스턴으로 가져가려고요.
제가 입을 지 안 입을 지 모르지만 엄마 돌아가신 후에라도 옷을 보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는 옷 다 가져 가라고 하는데 그럴 수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