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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살았던 집을 팔다

김 정아 2024. 10. 11. 10:15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2년 전에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면서 살던 집을 렌트를 주었다.
남편이 달달이 들어오는 렌트비는 자기는 손을 안 델테니 나에게 용돈으로 쓰라며 통 크게 양보를 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친구들 만나면 밥도 사고, 소소한 내 용돈으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연말이 되어 세금 청구서를 보니 내가 받은 렌트비 보다 내야 할 세금이 훨씬 많았다.
순간 , 이게 뭐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다가 일년이 지났다.
이리저리 따져보니 집을 갖고 있는 게 별 이득이 안 되는 것 같아 남편과 고민을 하다가 집을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집에서 20년 쯤 살다가 그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는데 20년 후에 우리 둘이 살기엔 그 집도 클 것 같고 아마도 그 때엔 실버타운으로 가야지 단독주택은 우리가 건사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러고서 베프한테 "나 집을 팔아야겠어,니가 전에 우리 집 욕심 냈잖아 !지금도 우리 집사고 싶어? " 했더니 " 아니, 지금은 내가 살 상황이 아니잖아. 잠깐 기다려봐 , 우리 애 친구가 그 동네 살고 싶어 집 보고 있는데 내가 한 번 알아 볼게 . 부동산에 내 놓지 말고 하루만 시간을 줘"  한다.

사실 그 친구는 휴스턴을 떠나 알라바마로 이사를 갔으니 살 상황이 아닌 것이 맞다.
그러더니 다음 날 전화가 와서 그 친구 아들과 아주 가까운 지인이 집을 보고 싶다고 해서 보여 주었는데 그 날로 우리 집을 사고 싶다고 해서 천천히 진행을 했다.

 

워낙 교통과 학군이 좋은 지역이라 내놓는 집도 없거니와 나와도 하룻만에 팔려 나가는 동네이다.
부동산 마켓에 내 놓지도 않고 그 집은 펼려 나가 오늘 최종 사인을 하고 집 열쇠를 넘겨 주었다.

휴스턴에 와서 처음 샀던 내 집, 그곳에서 아이들이 커서 사회인으로 나갔고 미국 생활이 힘들어 지쳐서 들어올 때 기꺼이 품어 주었던 따듯한 내 집이 이제 영원히 남의 집이 되었다.

2년 전 이사를 올 때 서운한 마음이 너무 커서 며칠 동안 마음을 앓고 났더니 오늘  집 열쇠를 넘기는 날엔 그만큼 아프진 않아 다행이다.

* 집 정문을 찍어 놓은 게 없어 구글에서 찾았더니 이렇게 나오네요.

 

*렌트를 주면서 집안 보수를 많이 했어요.
케비넷을 다시 칠 했고, 블라인드 새로 하고, 이중창까지 다시 했어요.

2년 전에 많은 비용을 들여서 다 고쳤는데 이번에 집을 팔면서 또 며칠간 자잘한 공사를 다 해주었네요.

* 렌트 사는 사람에게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를 주었는데 이사 오는 사람들은 필요 없어서 그것들을 다시 우리 메니저에게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