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한 순간
2024년 7월 2일 화요일
남편은 6월 13일에 한국에 출장을 갔다가 6월 30일에 돌아왔으니 꽤 오랜 기간 한국에 있다 왔다.
본인 비지니스도 있었지만 위암 수술 이후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이 있어서 겸사겸사 간 출장이었다.
나도 마음이 평온하다가 검진 즈음과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마음이 너무 조마조마 하다.
남편도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아 남편 마음은 괜찮은가 싶었는데 어느 날은 마음이 너무 뒤숭숭해 잠을 못 잤다고 카톡이 왔다.
그 소리를 듣고 나니 내 불안감도 커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살얼음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결과가 나올 시간 쯤 된 것 같아 전화를 했더니 지금 막 병원을 나서는 길이라며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아 물어 보니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고 한다.
앞으로도 2년 반만 별 이상 없이 버텨 주었으면 좋겠다.
17일간 한국 출장에 있다가 일주일 후인 이번 토요일에 또 이탈리아 출장이 잡혀 있으니 난 또 걱정이 태산이다.
남편은 콜로라도에 남편 이름으로 되어 있는 나와 같은 브랜드 델리 샵을 하나 갖고 있다.
주인이 없는 가게이니 운영이 엉망이고 돈도 되지 않는 것 같아 나는 줄곧 그 가게를 팔아버리라고 성화였는데 마음을 달리 먹었다.
이 파이프 사업을 접고 공기 좋은 그 곳에 가서 그 가게를 운영하면 스트레스는 적게 받을 것 같아 2,3년 내로 정리하고 콜로라도로 자리를 옮기라고 했다.
남편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사람이 먹는 걸 잘 먹고 잘 잔다해고 이제 왕성한 나이는 지났는데 그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는 사업이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오늘은 친구와 골프를 갔다.
1홀부터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 헤매다가 2홀을 지나고 3번홀을 치고 있을 때 였다.
세 번째 샷을 하고 골프 카트를 끌고 나오려는데 내가 마음이 너무 급했는지 급 커브를 틀었나보다.
갑자기 내 몸이 카트에서 떨어져 풀밭을 굴렀다.
순간' 아 ,이러면 안되는데 이거 뭐지? ' 했는데 카트는 저 앞에 굴러가다 멈추고 나는 바닥에 큰 대짜로 떨어져 있었다.
잠시 든 생각이 '나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것은 아니네, 풀밭에 떨어져서 다행인가?하고 앉아서 보니 풀밭도 푹신한 풀밭이었다.
친구는 앞만 보고 가고 있으니 내 상황은 알 수가 없고 친구가 치고 나서 " 언니 ,빨리 와서 쳐야지. 언니 공 엄청 좋게 잘 떨어졌어 " 한다.
난 그 공을 칠 생각보다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더 급선무여서 "나 못 치니 내 공을 집어서 들고 와 줘"고 하며 일어서서 이리저리 살펴보니 어디 뼈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고 몇 걸음을 걷다보니 오른쪽 다리와 발목 부분만 좀 아파 왔다.
사고는 한 순간 어디서 어떻게 오는 지 모르게 온다.
나도 꽤 조심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사는데 이렇게 카트에서 떨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4번홀에서 티샷을 하는데 역시 무리였는 지 공이 코 앞에 떨어져 포기를 하고 친구만 치기로 했다.
친구도 너무 놀래 치지 말고 그냥 집에 가자 하는데 그렇게까지 아픈 정도는 아니어서 나는 친구 치는 것만 보기로 했는데 전반이 끝나고 13번 홀 정도 되니 걷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13번부터 시작했다.
골프장에 알게 모르게 안전사고가 많이 나는데 이 정도로 끝난 게 너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집에 와서 수영장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나왔더니 더 괜찮아진 것 같다.
오늘 정말 십년 감수했다.
다음부터 더 조심하며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