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축하한다. 아들아!"

김 정아 2004. 11. 13. 02:42

11월 6일 토요일

 

여유 있게 늦잠을 즐길 수 있는 토요일이지만 오늘 아침은 부산을 떨어야 했다.

 

큰아이의 교육구에서 Region밴드부를 뽑는 시험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구에서 악기에 재능 있는 우수한 학생을 뽑아 밴드부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콘서트를 하는 것인데 뽑힌 학생들은 상당히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행사이다.

 

특히,고등학교 학생들이 리전 밴드를 하면 곧바로 대학입학에 상당한 추가 점수를 받는 부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쟁률도 치열하다고 한다.

 

아침에 아이를 태우고 시험 장소로 가니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 지역 뿐만 아니라 휴스턴 근처의 많은 교육구에서 리전에 참가 하고 있었다.

 

긴장감보다 활기찬 분위기가 오히려 축제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언제 끝날 지 몰라 나는 아이를 내려 놓고 시험교실까지 데려다 주고 왔다.

 

시험을 봐서 일단 안정권에 합격을 하면 다시 한 번 시험을 봐서 리전 밴드 내에서의 자리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후 늦은 시간에 끝나고, 탈락하면 12시 이전에 집에 갈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집에 돌아 왔다.

 

리전에 합격해도, 떨어져도 걱정일 수 밖에 없다.

 

연습이 있는 날마다 데리고 오가야 하고, 연습량도 많아져 시간에 쫓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11시 30분쯤에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하는 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다.

 

엄마~~,  나 합격했어요.!한다.

 

순간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기쁜 마음에 가슴이 울컥하며 목이 메어 온다.

 

그래, 아들아! 힘든 리전에 합격했는데 아무렴 부모가 되어서 너 데리고 오가는 것을 힘들어 하면 되겠냐? 엄마가 얼마든지 뒷바라지 해 주마!

 

엄마 시험 한 번 더 보아야 되어서 아마 4시 넘어서나 끝날 거예요 한다.

 

4시 조금 넘은 시간에 가 보니 아침에 그렇게 북적거리며 차 댈 곳이 없던 주차장도 한가하고, 리전에 합격한 아이들이 부담을 떨어 내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아이를 태우고 돌아오는데 황금 같은 토요일을 온종일을 학교에서 보냈네 하며 불만을 터트리는데 오늘만은 어떤 불평도, 짜증도 다 받아 줄 수 있을 만큼 내 마음은 여유로워져 있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한 마디 합니다.

"엄마, 수업시간마다 선생님들이 리전 합격한 사람 손 들어 보라고 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축하한다고 했어요. 리전밴드가 대단한 건 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