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12

남편이 없으니 문제가 생기네!

2022년 6월 25일 토요일 얼마 전에 소나타 인스펙션을 받고 나서부터인지 뒷 쪽에서 드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나서부터 난 소나타를 아주 애용하고 있었다. 19만 마일이 넘었는데 에어컨도 좋고, 아직 큰 고장이 한 번도 없고 ,레귤러 기름을 넣고 다닐 수 있어 고유가시대에 아주 좋은 차였다. 그런데 남편도 한국 출장도 가고 없는 마당에 차가 드르렁 거리는 소리가 나니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남편이 올 동안은 소나타를 타면 안 될 것 같아 큰 차를 좀 꺼내서 운전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드라이브 웨이가 한 줄이어서 차를 꺼내고 들여 놓기가 참 어렵다. 사선으로 서 있는 내 차를 빼기 위해서는 남편의 차를 움직여 길가에 빼 두어야해서 남편 트..

학교를 그리 오래 다녀?

2022년 6월 21일 화요일 얼마 전에 작은 아이는 가족 그룹 메세지 방에 사진 한장과 'First day of 21st grade'라는 메세지를 같이 보냈다. 난 '이게 뭔말이야? 졸업이 내년이니 2023 class 도 아니고 21st grade? 가 뭐지? '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한참 만에 그 뜻을 이해했다. 9학년, 10학년, 11학년, 12학년을 지나 복수 전공을 해서 대학 5년을 다니고 의과 대학 4년째니 21학년이란 뜻이었다. 와! 학교를 21년째 다니고 있다고? 미국 나이 26세인데 5년 빼고 다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가방 끈이 길어도 너무 길구나 ㅋㅋ 하며 혼자 웃었다. 그 마지막 학년을 시작하는 날 , 사진을 찍어 보냈다. 어려서부터 항상 학교 시작하는 첫날엔 사진을 찍어..

아버지 없는 날의 아버지 날에

2022년 6월 19일 일요일 큰 아이는 한 참 전에 휴스턴 오는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 있었다. 아버지 날에 맟추어 휴스턴에 와서 아빠와 하루를 보내고 켈리포니아로 돌아가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남편의 스케줄도 바뀌어 1주 전에 한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아빠도 없으니 굳이 힘들게 오지 말고 다음에 오라고 했더니 어차피 비행기 표를 끊었으니 아빠 선물 갖고 가고 엄마랑 놀고 오면 된다고 해서 아이는 2박 3일을 집에서 지내다가 어제 켈리포니아로 다시 돌아갔다. 우리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일년에 4번의 기념일은 꼭 챙기며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머니 날, 아버지 날, 내 생일, 남편 생일은 꼭 챙겨주니 어려서부터 세뇌시킨 덕이다. 아이는 이제 바쁘게 켈리포니아 생활을 정..

우리가 먹었던 음식들

2022년 6월 10일 금요일 몇 년 전에 이탈리아를 갔을 때는 식사 때마다 먹었던 음식이 환상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음식에서 즐거움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남편의 위암 수술로 남편에게도 먹는 것이 한정되어 있었고 나 또한 코로나 영향으로 먹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딱히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기억에 없지만 사진을 찍었으니 올리긴 애햐 할 것 같아 몇 장 올려 본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사는 미국과 이곳 유럽 사람들의 옷차림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미국인들은 패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자들은 레깅스 차림으로 공공 장소를 돌아다니고 슬리퍼를 신고 고무줄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게 일상이다. 남자들 또한 갖춰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보니 남자건 여자건 참..

드디어 베니스 탈출!!

2022년 6월 9일 목요일 모처럼 베니스에서 숙면을 취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수상 버스를 타고 베니스를 탈출했다 . 나의 베니스 여행이 예정처럼 아무 일 없이 끝났어도 좋았겠지만 돌아보니 더 없이 많은 추억을 더 해 준 것 같다. 일행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잠깐은 마음이 너무 막막하고 눈물이 났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겼다. 생각지도 않은날,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음성 판정을 받았고 그리 길지 않은 4박 5일 연장으로 내 베니스 생활이 끝날 수 있어서 그나마 너무도 감사했다. 섬도 다녀오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고 바닷가에 떠 있는 아름다운 집들도 감상했다. 동네 곳곳을 누벼 보았습니다. 저렇게 벽 앞에 빨래가 널려 있어 더 인상적인 가옥이었습니다.

드디어 음성 판정을 받다.

2022년 6월 8일 수요일 코비드 확진으로 일요일 비행기가 내일인 목요일로 연기가 되었다. 어제도 양성을 받았지만 내일 비행기를 놓고 다시 한 번 검사를 받아야 했다. 어제 약국에서는 나에게 더 이상 검사는 안 해주겠다고 했다. 확진자를 다시 마주하는 것은 그들도 꺼림칙했을 것을 것이라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검사를 해 주는 곳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생각하다 배를 타고 마르코 폴로 공항에 가 보기로 했다. 보통 수상택시 130 유로를 주고 두 번 나가 봤는데 오늘 보니 수상 버스로 15 유로 짜리가 있어 그것을 타고 나갔다. 수상 택시보다 시간은 두 배가 걸리지만 이 상황에서 나의 시간은 죽어 있고 ,시간은 결코 나의 우선 순위가 아니다. 내 몸의 상태는 어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 딱히 나쁘지도..

코로나 확진 4일 째

2022년 6월 7일 화요일 토요일에 코비드 테스트를 하고 오늘 4 일 째다. 어제 약국을 찾아 예약을 하고 아침에 물을 많이 마시고 근처에 초록이 많은 공원에 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제발 이 숲속에서 내가 자연 치유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공원을 돌고 돌았다. 예약 시간까지 가벼운 운동을 하고 약국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시간이 걸린다고 해 다시 호텔에 돌아와 쉬다가 찾아갔는데 역시나 결과는 양성이다. 수없이 마음을 비우며 오늘 음성이 나올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 나는 적어도 다음 주 오늘엔 휴스턴 내 집에 있을거야’ ‘ 이 또한 지나갈거야, 곧 웃으며 이야기 할거야’ 라며 내 마음을 잡고 또 잡았다. 호텔을 3박으로 잡아 놓았는..

Murano에서

2022년 6월 6일 월요일 코로나 확진을 받았을 때 공항 근처로 숙소를 옮길까 하다가 공항에 뭐 볼 것도 없어 그대로 감옥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곳 베니스에 있기로 하고 인터넷을 찾아 방이 남아 있는 옆 호텔로 왔다. 여기 이탈리아는 코로나에 100% 관대해 입국 시에도 검사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관광으로 나라가 유지되다 보니 코로나 시국보다도 경제적인 이득을 더 우선순위로 고려했을 것이다. 호텔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썼어도 일반 관광객들은 거의 쓰지 않았다. 휴스턴 공항에서 놀란 건 마스크 의무가 없어져 공항 내에서도, 심지어 기내에서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그 중 열심히 쓰고 다녔는데.. 아무튼 코로나 확진이어도 격리 자체라는 게 없으니 환자처럼 호텔 방..

나 혼자 남아 눈물난다

2022년 6월 5일 일요일 미국에 입국 하기 위해 어제 일행 6명이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다. 난 거기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간 몸이 평소와 좀 달랐는데 몸살인지 아니면 코비드인지 긴가민가 하고 있었는데 양성을 받아 들고 나니 하늘이 노랬다. 다른 일행은 다행히 괜찮았고 환자인 남편이 음성이라 더더욱 다행스런 일이었는데 대책을 세우는 일이 너무 시급했다. 그 결과가 믿기지 않아 배를 타고 마르코 폴로 공항까지 나가서 다시 했지만 양성이라는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있는 호텔에 연기를 할 수 없어 부랴부랴 다른 호텔을 잡고 남편과 다른 일행은 예정대로 들어가고 난 여기 혼자 남아 추이를 지켜 보기로 했다. 새벽 4시에 떠나는 남편을 잘가라고, 내 걱정말고 맘 편..

낭만의 곤돌라

연령대가 서로 다른 세 부부가 같이 다니다보니 여행 패턴이 안 맞아 각자 편하게 있다가 식사를 같이 하는 걸로 자연스럽게 귀결이 되었다. 오늘도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곳 저곳을 다니다 그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우리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베네치아에서 꼭 타보고 싶었던 곤돌라를 타기로 했다. 더위에 지쳐 갈 만한 5 시 정도에 곤돌라에 올랐다. 30년을 곤돌리에르로 일한 사람이 자기 아들을 트레이닝 시키기 위해 두 부자가 배를 저었다. 큰 배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뱃길을 따라 배를 젓는데 ‘산타 루시아 ‘ 노래가 없어도 너무나 낭만적이고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우리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해 줄 것 같았다. *다리가 높지 않기 때문에 키 큰 곤돌리에르는 허리를 숙여서 지나와야만 합니다. *저 청년 ..